2021 법무사 9월호
생활 보조를 해주었는데 아파트 매각기일이 임박하자 한계에 달한 듯 의뢰인도 수시로 나를 찾아 대안을 물었 다. 나는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어쩌면 좋겠 느냐고. 그러자 아내는 내게 야박하게 쏘아붙였다. “집구석이 망해봐야 정신 차리지, 가만 놔둬 봐라. 하느님은 뭣 하는고?”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만 버렸다. 나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의뢰인에게 반소 를 제기할 것을 권했다. 가정도 지키고 종교적 양심도 지 키고 싶겠지만, 그런 생각은 남편도 똑같이 하는 처지니 끝이 없는 얘기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혼과 함께 친 권 및 양육자 지정을 통해 양육비라도 받는 것이 현실적 이라는 판단이었다. 남편은 변호사의 조언대로 자녀들의 양육비는 친 정에 빌려준 돈으로 상계하겠다며 일체의 생활 원조를 끊었고, 자녀들을 만나러 오지도 않았다. 이단에 오염된 자식은 하나님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나는 남편에게 양육비는 법령에 직접적인 규정은 없어도 성질상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 497조에 따라 상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법률 상인의 부추김에 천륜을 저버리지 말라고 일갈했고, 자녀들이 처한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재판부에 호소해 직권 사전 처분을 받아냈다. 사전처분은 가사사건에 있어 사건 당사자의 주장 에 구애받지 않고, 미성년자녀의 복리를 위해 국가가 직 접 개입하여 당사자에게 강제조치를 과하는 민사사건의 가처분 유사의 사법행정처분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는 이혼사건 제1심 종료일까지 남 편은 자녀들에 대한 임시양육비로 1인당 60만 원씩 지 급하고, 자녀들에 대한 면접교섭 사항을 정한 뒤, 이 명 2020.8.27. 2년여간의 피 말리는 소송에 종지부를 찍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자녀들에 대한 친권 및 양육자는 피고로 지정하면서 원고는 피고에게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자녀 1인당 매월 70만 원씩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로써 또 한 가정이 해체되었다. 18 법으로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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