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9월호

령을 어긴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는 수 가 있다는 경고가 붙었다. 사전처분이 내려지자 남편은 그동안 소송을 대리 하던 변호사를 해임하고, 고향 지역 소재 법무사를 선임 해서 나머지 소송을 이어갔다. 사전처분으로 한숨은 돌릴 수 있었지만, 의뢰인 측 에도 출혈은 있었다. 그동안 종교적 양심과 가정의 평화 는별개라고주장하다가종교적신념을택한결과가되고 말았으니남편과다를바없는처지가되었다는점이었다. 그 결과 노골적으로 자신들이 믿는 하나님이 진짜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각자 교단의 대리전이 시작되었 다. 이혼은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소송이 2년째 접어든 무렵 의뢰인의 큰딸은 의미심 장한 말을 남겼다. “엄마, 예수님께서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아 빠 용서해 주면 안 돼?” 의뢰인이 내게 그 말을 전해주었을 때 의뢰인은 남 편을 용서한다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딸이 엄마에게 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던 것으로 들렸다. 딸은 다가올 암 울한 미래와 새로운 하늘과 땅에서의 구원도 아빠, 엄마 와 함께 하는 단란한 가정과 바꾸기엔 터무니없는 것이 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빠가 믿는 교회로 다시 돌아가자는 완곡한 표현 이었던 것을 엄마는 몰랐던 건지, 알고도 모른 체했던 건지, 두 부부는 아이들의 시험에도 흔들리지 않고 각자 의 종교적 신념을 끝까지 지켰다. 끝내이혼판결, 부부모두에게냉정했던재판부 그리고 2020.8.27. 2년여간의 피 말리는 소송에 종 지부를 찍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자녀들에 대한 친권 및 양육자는 피고로 지정하면서 원고는 피고에게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자녀 1인당 매월 70만 원씩을 지급하 고, 한 달에 두 번 면접교섭을 허용하도록 하는 것과 함 께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으로 명했다. 의뢰인이 반소를 취하했지만, 법원은 원고와 피고 모두 서로 종교생활에 관하여 타협할 수 없는 상태로서 피고 역시 원고가 집을 나간 이후부터 변론종결일 현재 까지 약 2년가량 부부갈등을 해결하여 혼인관계를 회복 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원고 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결 이유를 설시했다. 이 판결에서 특이한 점은, 원고의 위자료 및 재산분 할 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다는 점이다. 통상 재산분할 청 구는 그 정도가 과도해도 법원이 직권으로 분할하여 판 결주문에 당사자 간 과부족의 이행을 명하는데, 이 사건 에서는 부부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50 대 50으로 정한 뒤 청구인인 남편이 이미 그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로 청구를 기각하는 것에 그쳤다. 아내에게도 자비를 베 풀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또 한 가정이 해체되었다. 그러나 남편이나 아내는 각자 주님의 잃어버린 일곱 번째 새끼 양이 되어 주의 팔에 안겼으니 정신승리는 제대로 된 듯하다. 이문열의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에서는, 「마태복 음」 4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광야 40일 단식 후 만난 사 탄을 ‘사람의 아들’로 설명했다. 그 사람의 아들 아하스 페르츠는 배고픔과 두려움, 그리고 부귀영화 등으로 신 의 아들을 유혹하고 빈정댔으나, 신의 아들은 끝까지 동 요하지 않았다. •울산가정법원 2018드합2124 이혼및재산분할(본소) •울산가정법원 2018드합2131 이혼및재산분할(반소) ※위글은이혼가정의자녀들이어른들의결단에서소외 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종교를 폄하하려 는의도는없음을알립니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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