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9월호

슬기로운문화생활 혼돈의 시대 넘어 풋풋한 ‘장밋빛 미래’를 희구하다 이쾌대의 「봄처녀」 김남희 화가 · 『옛 그림에기대다』 저자 막내로 태어났다. 대구 수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 울 휘문고보에 입학했다. 작가이자 미술교사인 장발 (1901~2001)의 권유로 미술에 입문한 그는 1932년 학생 신분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상(‘입선’)하면서 화단에 데뷔한다. 1934년, 이쾌대는 진명여고에 다니던 유갑봉(1914 ~1980)을 만나 결혼하고,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1938년 일본 제국미술학교 졸업 때까지 일본에서 신혼을 보냈 다. 이쾌대는 「부인의 초상」, 「2인 초상」, 「봄처녀」 등 부 인을 모델로 한 수많은 작품을 제작하는 한편, 그룹전을 통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부인 유갑봉이 작품의 뮤즈였다면, 그에게 사상의 스승은 형 이여성(1901~?)이었다. 이여성은 릿쿄대학 경 제학과를 졸업한 엘리트로, 대구에서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는가 하면 서울에서는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한때 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한학자로서 역사서를 집필 하는 등 다방면에 박식한 지식인이었다. 그런 형의 영향으로, 이쾌대는 끊임없이 민족적인 경향의 작품을 모색했다. 그림 속의 여인들이 한복을 입 고 있는 것도, 자신의 자화상인 「푸른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이 한복 차림인 것도, 크게 보면 형의 영향이었 다. 1939년, 일본에서 돌아온 이쾌대는 1941년 이중섭, 문학수 등과 ‘신미술가협회’를 조직하고,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가미된 화풍을 구사한다. 그는 주로 인물화에 집 중했다. 탄탄한 데생 실력을 바탕으로 인물의 형상은 물 론 감정까지 정확하게 묘사했다. 일제강점기에서 막 벗어나 새로운 나라의 건국을 앞둔 해방기의 공간은 좌우익의 대립과 민족의 갈등, 이 념의 정체성이 충돌하던 극도의 혼란기였다. 그는 이 시 기의 공포와 두려움, 곧 터질 것 같은 불안한 상황을 대 표작 「군상」 시리즈로 극적으로 표현해냈다. 「봄처녀」는 그 연장선에 있다. 배경 역시 불길한 상 황을 암시하듯 어둡다. 여인 뒤로 나지막한 우리의 산과 벌판, 굽이돌아 흐르는 강이 펼쳐진다. 위에서 내려다보 는 시점이다. 검은 산등성이 위로 폭죽을 쏘아 올린 듯 그림과눈을 맞출때 지금이순간, 바로이그림이야기 붉은색 저고리에 흰색치마를 입은 여인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래로 살짝 내리뜬 눈과 볼록한 이 마, 오뚝한 코, 그리고 붉은 입술이 순박한 이미지를 준 다. 통통한 두 손은 굵게 땋은 검은색 머리카락을 움켜 쥐고 있다. 저고리의 붉은색은 봄에 어울린다. 여인은 무 언가를 생각하며 걷는 중이다. 언론인친형의영향으로민족주의적화풍구사 월북화가 이쾌대(1913~1965)의 「봄처녀」다. 이 작 품은 이쾌대의 다른 인물화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것 으로, 8·15 해방기(1945.8.15~1948.8.14)에 제작되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인의 모습을 그렸다. 어두운 터 널을 나서는 듯한 여인은 밝은 희망을 암시하는 것 같다. 이쾌대는 경북 칠곡에서 대지주의 2남 4녀 중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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