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9월호

해 몇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지장을 주 지않기위해숨죽이고있어야하니인내심이길러진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이해가 생겼던 날, 인생 초반부 터 사진에 깊게 천착했다면 아마도 나는 위대한 성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이 말하는 ‘사 진 찍는 법무사’가 아닌 ‘성자가 된 사진작가’가 되어 있 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사진은 취미를 넘어선 그 무언 가를 우리에게 준다. 나에게사진은새로운인생의시작 인간은 누구나 무대 위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나의 인생 1막도 그러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승진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남들보다 더 많은 명예를 얻어 무대 위 주인공처럼 찬란하게 빛나길 원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되돌아보니 우리 인생에 있어 그것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산다 고 한다. 하지만 렌즈를 통해 타자를 이해하고, 무대 위 예술가들과 같이 호흡하다 보니 어느덧 나는 수십 명의 인생을 같이 살고 있었다. 일을 일찍 끝내는 날은 암실에 들어가 사진을 본 다. 이 한 컷을 얻기 위해, 이 한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나 역시 얼마나 많은 리허설을 거쳤던가. 좋은 사진을 얻는 순간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한다. 초대전을 여러 번 진행했건만 그때마다 출품할 작 품을 고르기는 정말 어렵다. 9월에 다시 전시회를 준비 하고 있다. 개관 5주년, 10주년 기념 전시를 열었고, 이번 9월은 개관 20주년 전시회다. 20년을 한 공간에서 몇만 명 예술가들의 노래와 몸짓과 사랑을 보았고 기록했다. 모두에게는 역사이자 기록이지만 나에게 있어 사 진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투쟁적이지 않고 개입하 지 않으면서도 현실과 유리되지 않는, 그러한 새로운 인 생 2막이 바로 무대 밑에 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 라. 무대 밑에서 관조하듯이 바라보는 그런 삶, 여유로운 인생 2막을 지금이라도 시작해보자. ‘법무사는 취미고, 사진이 본업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이해가 될 때까지 리허설을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반복해 서 보고 또 본 공연도 전 회차에 걸쳐서 보고 그것을 렌 즈에 담았다. 취미를넘어선그무엇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것은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첫째, 피사체와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평안하다. 둘째, 피사체를 탐구하고, 연구하고, 객관적으 로 바라보기 때문에 사고의 지평이 넓어진다. 셋째, 무대 위 배우들이 연기하는 세계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 공부 를 열심히 해야 한다. 당연히 학문의 깊이가 깊어진다. 넷째, 언제 어떤 장면을 포착할지 모르기 때문에 다 양한 렌즈를 짊어지고 다니게 된다. 당연히 근육이 발달 하고 운동이 된다. 다섯째, 0.01초, 그 찰나의 순간을 위 유백영作, 「백조와흑조」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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