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에 아파하셨던 분들은 ‘좀 단 단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라게 됩니다. 진정으로 단단한 마음 은 어떠한 충격에도 꿈쩍하지 않는 쇳덩어리 같은 게 아닙니다. 흔들려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회복력을 갖추어야 하지요. 뚝 끊어지는 끈이 아니라 고무줄처럼 탄력있게 다시 제 모 습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4월 호에서 소개 드렸던 ‘회복탄력성’이기도 하고요. 로봇이 아니 라 인간이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에 적절히 반응하며 살아가 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단단함은 ‘유연함’이라 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유연함을 갖기 위해 필요한 얘기를 시 작해 보겠습니다. 스스로 구성하는 비극적인 스토리에서 빠져나올 것 우리는 자신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떤 이야기 의 주인공이 됩니다. 어둡고 비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죠.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스토리텔링을 하기 때문인데요. 이 는 무엇이든 명확하게 해야 마음이 놓이는 인간의 특성이 만 들어내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을 일으키는 것처럼, 자신에 대한 모 호한 상태는 불편합니다. 뭐든 확실하지 않은 건 찝찝함을 남 기니까요. 이 때문에 자신에 대해 규정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각자 나름대로 이야기를 지어냄 으로써 자신에 대한 인과관계를 완성하고, 내가 하는 일에 의 미를 부여하며 경험을 정돈합니다. 덕분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일이 가치 있게 되고 해 볼 만해지죠. 반복되는 집안일이 지루한 주부도 가족을 위해 따뜻한 밥 을 짓고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공간을 단정하게 가꾼다고 생각하면 할 만해집니다. 어떤 이는 힘들었던 과거가 지금 누 리는 행복을 위해 겪어야만 했던 일이었다고 재구성해 고진감 래 스토리를 완성해 내죠.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마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한 편의 드라마나 소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우리 모두 의 삶은 각자 고유한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TV에 나오는 유명 인들만 특별한 삶을 사는 게 아니죠. 그런데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내가 경험하는 일의 ‘좋음’과 ‘나쁨’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똑 같은 경험을 하고도 사람마다 다양한 결론에 이르는 거고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신과 자신의 경험에 대해 판단과 평 가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판단이 자신에게 해로운 쪽으로 일어날 때 우리 마음은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오랫동안 근무해온 직장에서 회의감이 들 때 ‘나는 이 일이 맞지 않아. 재미도 없고 적성도 안 맞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 대학 전공을 선택한 것부터 다 잘못됐어’라고 생각한다든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도통 되는 일이 없다”며 인생 전체를 실패로 해석하는 거죠. 내가 무언가를 가져야 하고 성취해내야만 가치 있는 사람 이고, 그렇지 못한 삶은 끔찍한 삶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마찬 가집니다. 그 안에서 ‘나’라는 주인공은 비참하고 불행합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지어낸 그 스토리텔링 속에서만 폐인이 고 형편없는 사람인 거죠. 그 이야기 안에서만 나는 불행한 겁 니다. 현실에서의 나, 실재하는 나는 좋은 쪽도 나쁜 쪽도 정해 진 게 없습니다. 세상은 자체 스토리 없어. 좋다·나쁘다 내가 판단할 뿐 지금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확인해 보세요. 사람들에게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어떤 표현을 쓰는지, 나는 내 삶 전체를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진정으로 단단한 마음은 어떠한 충격에도 꿈쩍하지 않는 쇳덩어리 같은 게 아닙니다. 흔들려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단단함은 바로 ‘유연함’인 것이죠. 그렇다면 단단한 유연함을 갖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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