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1월호

는 타인에게 맞추려고 애쓰는 데 익숙합니다. 그러면 타인이 하는 요구를 다 들어주거나, 타인의 제안에 무조건 “예스”라고 하게 되죠. 이는 타인이 경계를 침범하도록 허용하는 가장 손 쉬운 방법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타인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줘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상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수용과 거 절을 적절히 해 주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타인이 원하는 모 든 것을 다 들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거절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모 두 오해입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기대는 다 채울 수 없고, 나의 상황 에 맞게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해요. 타인의 요구에 “No”라 고 말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내려놓고, 필요할 때는 정확히 의사를 표현하세요. 최대한 예의를 갖추되 단호하게 의견을 말해야 서로 오해가 없습니다. 관계에서 내 마음 세심하게 살피기 그런데 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분명히 어려운 과정이 되겠지요. 그래서 두 번째로 제안하는 것이 관계에서 자신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입니다. 무작정 ‘거절해야지’라고 마음을 먹는 대신에 자신의 내면을 먼저 확인하세요. 내가 정 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요. 누구도 자신을 해치면서까지 타인에게 에너지를 쏟고 싶 어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나의 욕구 를 알고 있다면, ‘지금 나에게는 A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보다, 나를 위해 쉬는 게 더 중요하구나’를 알게 되죠. 친한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설령 그만한 돈이 있 더라도 내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마지못해 빌려줄 것이 아니라 내면을 잘 살펴보고 내 마음이 편한 만큼만 빌려 주는 것으로 타협해 볼 수 있겠지요. 자신의 기대와 욕구를 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습 니다. 어떤 사람은 사람들에게 마냥 퍼주고 희생하고 싶은 욕 구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당연히 한계가 있죠. 내가 그 욕구 를 잘 알고 있으면 스스로 제한을 둘 수 있습니다. ‘아, 나는 사람들의 기대를 모두 채워주고 싶은 욕구가 있 구나.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라고 이해했다 면, 그다음에는 ‘나를 위한 시간을 따로 꼭 마련하자’, ‘친구의 부탁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만 들어주자’라고 기준을 정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타인에게 에너지를 많이 쏟는 타입이라는 걸 안다 면, 그 욕구를 알아차리고 한계를 파악한 후 현실에서 대처할 전략을 마련하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타인들이 나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진 다 해도 ‘저 사람은 내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아 니구나’, ‘나의 어떤 요구는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짐작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습관처럼 무작정 부탁을 하거나, 선을 넘는 기대는 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간혹 아무리 의사를 밝혀도 무례하게 경계를 무너뜨 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명확한 의사소통을 통해 경 계를 지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바운더리를 세운다는 것은 내 연약한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보호막이기도 하지만, 타인을 위한 배려가 되기도 하는 거지요. 연약한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방법은 나의 내면과 관계를 모두 살펴야 하는 작업입니다.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점검함 으로써 비극 속에서 자신을 구해내고, 타인과의 건강한 경계 를 설정하는 것으로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지만 그 자체로 좋음도 나쁨도 아니라는 것, 다만 우리가 보는 시각에 따라 색을 입혀왔다는 걸 잊지 마세요. 언제라도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스스로를 구해낼 수만 있다면 상처는 결국 회복되고, 단단한 내면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77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