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1월호

한 소식들은 그냥 매스컴을 타지 않고 조용히 묻히는 게 가슴이 덜 아릴 것이다. 빚더미에 눌려 자영업자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 요즘, 신문 사 회면을 보기가 꺼려진다. 잊을 만하면 심심찮게 들려오는 슬픈 소식 에 을씨년스러운 날씨처럼 마음이 우울해진다. 빚진 자가 빚을 못 갚아 생명으로 대신하는 서글픈 현실. 그 영 정 앞에 들국화 한 송이를 바친다. 금전에 빚졌지 죽음에 빚진 게 아 닐 텐데 꼭 그렇게 허무하게 죽음으로 갚아야 했는지, 기왕 빚질 바 엔 하나를 더해 사랑에도 빚졌다면 그렇게 생을 마감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릇 금전에 빚진 자는 금전을, 걱정이나 근심에 빚진 자는 걱 정이나 근심을, 행복에 빚진 자는 행복을, 사랑에 빚진 자는 사랑을 지불하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사랑에 빚지고 싶다. 사랑에 빚지면 빚질수록 갚아야 할 사랑이 복리이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종국에는 온 세상천지가 사랑으로 뒤덮이지 않겠는가. 사랑외에는빚진자가되지말라 어쩌면 베르테르와 로테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한 건 사랑에 빚진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사랑을 훔치려 했기때문이아니었을까. 베르테르가만약사 랑에 빚졌다면 그는 채권자인 로테에게 이자 까지더해더큰사랑으로되갚았을테고…. 그랬다면두사람의사랑은더욱풍성하 고 견고해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은 틀림없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으 리라믿는다. 「젊은베르테르의기쁨」처럼. 갈수록 팍팍해져 가는 요즈음. “사랑 외에는 무엇이든 빚진 자가 되지 말라”는 로 마서의 가르침처럼 문득 엄숙하고 숙연해지 는 오늘, 아! 흘러간 그 가곡 “~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가 듣고 싶어지는 이 아침, 나는 누구에게 빚진 자였 던가? 생각해 본다.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빚진 자였던가? 만약 사랑에 빚진 게 없다면, 내일 아니 오 늘 당장이라도 사채 달러 이자를 쳐서라도 사랑을 빌리고 싶다. 그래서 사랑에 옴팡 빚 지고 싶다.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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