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1월호

유영국, 「산」, 캔버스에유채, 135×135cm, 1974, 대구미술관소장 색채의마술사, 독창적인 ‘색채추상’ 완성 작품 「산」은 얼마 전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고 이 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유영국의 작품 2점이 대구미술관 에 기증되었고, 이를 기념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웰 컴 홈 : 향연」(2021.6.29.~8.29)에 출품되었다. 더욱이 방 탄소년단의 리더로 미술 컬렉터이기도 한 ‘RM’이 「산」 을 감상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산」은 켜켜이 중첩된 녹색 삼각형 봉우리가 화면 을 압도한다. 원근의 다채로운 녹색계열이 겹치면서 산 은 큰 울림을 선사한다. 푸른색의 하늘을 배경으로 먼 산에서 연두색 산봉우리들이 산맥을 경계로 겹겹이 맞 대어 꽃망울로 피어났다. 화면 앞에는 짙은 초록색 산의 자태가 웅장하다. 이 산을 가로지른 파란색의 산길이 화면에 변화를 꾀한 다. 가늘게 흐르는 산길이 높게 솟아오른 산의 긴장감을 완화시켜 준다. 넓은 색면에 가는 선과 색이 한 줄기 빛 처럼 화면을 부드럽게 연출한다. 유영국은 색채의 마술사로 꼽힌다. 원과 삼각형, 사 각형 등 기하학적인 면에 빨강과 노랑, 파랑, 녹색 등 강 렬한 원색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색채 추상’을 완성했다. 색채는 과감하고 강렬하게 베풀고, 산봉우리는 높게 조 형하여 작품에 숭고한 아름다움이 감돈다. 팽팽한 긴장 감을 조성하되 선과 색채로 풀어주는 능력도 그만의 비 법이다. 추상화가 대중에게 인기를 누리는 시대가 되었지 만, 유영국은 심장 수술과 중풍으로 병마에 시달렸다. 긴 투병 중에도 창작력은 식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의 작품은 달관의 경지에 이른다.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해석이 작품의 변함없는 에너지였다. 자유를 추 구하고자 선택한 그림이 작가로서 평생 긴장의 끈을 놓 지 않게 했다. 그에게 추상화는 숙명이었다. 아침마다 집 앞에 있는 산을 오른다. 하루가 다르게 산색이 바뀌고 있다. 이젠 초록도 지쳐서 가을빛이다. 도 시를 감싼 산에는 굽이굽이 길이 있고, 그 속에 각양각색 의 인생이 있다. 유영국의 「산」 또한 그런 인생이 낳은 큰 결실이다. 변화무쌍한구름이가을산을흔든다.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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