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원시의 히말라야가 주는 행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 었다. 그렇게 히말라야를 걷고 싶다는 오랜 꿈에 마침표 가 찍힌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을 걷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자라고 있었다. 새로운 꿈을 위하여 여전히 엎드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토요일마다 산길을 걸었다. 그러나 에베레스트로가는길목인남체(해발 3,440m)에서고산 증세로 죽을 만큼 고생을 하고, 다음 날 말 잔등에 앉아 히말라야를즐기는호사를누린덕분에트레킹이끝나는 날까지팀원들에게 ‘애마부인’이라는놀림을받았다.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에 만나는 황량함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고, 광활한 쿰부빙하에 섬처럼 떠 있는 칼 라파타르(5,550m)에 올라 만난 에베레스트(8,848m)와 쿰부히말라야의 장엄함이 주는 감동은 히말라야를 더 많이 걷고 싶다는 꿈을 싹트게 했다. 그 꿈을 따라 다시 마나슬루(8,163m), 마칼루 (8,485m)로 가는 길을 걸었다. 이스트콜( 6100m)에 올라 다시 한번 쿰부히말라야의 장엄함에 감동하고, 트레킹피 크 최고봉인 만년설 봉우리 ‘메라피크(6,476m)’에 올라 초 오유(8,188m), 마칼루(8,485m), 에베레스트(8,848m), 로체 (8,516m), 칸첸중가(8,586m)를한눈에보는행복을누렸다. 4년만에 ‘그레이트히말라야트레킹’ 3구간완주 네팔 동쪽 끝 칸첸중가 베이스캠프에서 서쪽 끝 힐 사까지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1,700km의 길 은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필자는 몇 사람이 이 험준한 길을 완주했다는 소 식을 듣고, 1년 넘게 익힌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킹’이 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2016년 가을, 몇 명의 친구와 함 께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55일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는 이 길을 다섯 구간 으로 나누고, 첫 구간인 칸첸중가 베이스캠프에서 추쿵 까지 걷겠다는 꿈에 부풀어 떠난 길이었으나 지독한 고 산증세가 발목을 잡았다. 칸첸중가 베이스캠프 바로 전 캠프인 로낙에서 헬기로 철수하면서 ‘그레이트 히말라 야 트레킹’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필자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꿈을 이루기 위하 여 2017년 가을 다시 히말라야로 날아갔다. 첫 번째 구 간 걷기를 숙제로 남겨둔 채, 쿰부히말의 세 개의 고개 (콩마 라, 촐라, 렌조 라)를 넘고, 큼직한 바위가 모두 살 아 움직이는 가파른 너덜봉우리 ‘테시랍차 라(5700m)’ 를 넘어 두 번째 구간을 완주하였다. 2018년 가을, 네팔 구루자히말 베이스캠프에서 한 국인등반대원 5명과셰르파 4명이실종되었다는뉴스를 본 가족들의 걱정을 뒤로한 채 다시 히말라야로 날아간 나는 ‘아세타졸’이라는 약 덕분에 고산증세 없이 세 번째 구간(라스트리조트~다라파니)을완주할수있었다. 셰르파들조차 틸만패스로 가는 길을 제대로 아는 이가 없어 캐나다·영국인의 다국적 팀과 함께 도르지락 바 빙하까지 헤매야 했던 일탈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킹이 멋진 일인 것은 이렇게 두 팀이 단체로 길을 헤맬 수 있는 불확실성, 또는 모험이 있기 때문이리라. 서쪽으로 갈수록 네팔 히말라야는 점점 황량해 진다. 2019년 가을 네 번째 구간에서 넘었던 중벤 라 (5550m)에서 만난 갈색 황무지 봉우리들이 이루는 풍 경이야말로 내가 히말라야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풍경 이다. 이 풍경 속을 걷고 있을 때 나는 더없이 행복하다. 법무사라는 직업은 충분히 멋지고, 소박한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보람도 있다. 그러나 더 멋진 법무사가 되기 위해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쯤은 자신조차 잊어버릴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메라피크정상에서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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