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부재, 평화의 최소조건 많은 사람이 ‘평화’를 긍정적인 단어로 이해하고 사 용한다. 하지만 평화에 대한 해석은 다르다. 모두 ‘나름 대로’ 해석하고 이해한다. 평화연구의 시각으로 압축적 으로 설명하면, 평화는 누구든 어떤 공격, 억압, 강요, 제 재 등을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고 얻고 행동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거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따른다. 자신이 원하는 것 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공격, 억압, 강요, 제재 등을 가하 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평화적 방식을 취해야 한 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공격, 강요, 억압, 제재 등을 어떤 범위 안에 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평화롭지 않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평화가 필요 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평화를 전쟁이 없는 상태로 이해한다.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전쟁의 부재는 최소한 의 조건일 뿐이고, 전쟁이 없다 해서 평화가 실현되는 것 은 아니다. 물론 전쟁이 있는 사회에서는 전쟁의 종식과 부재가 평화로 가는 첫걸음이 된다. 학문적 평화연구 시 작의 계기가 된 것도 전쟁이었다. 전 세계에 막대한 인명 손실과 파괴를 가져왔던 1 차, 2차 세계대전의 경험으로 어떻게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면서 평화학이 시 작됐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다. 그러 니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 평화를 원한다 면 전쟁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친김에 ‘전쟁’에 대해 얘기해보자. “인간의 역사 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그 럴까? 그렇지 않다. 역사에 기록된 많은 일이 전쟁일 뿐 이다. 전쟁이 개인과 집단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었기에 역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졌을 뿐이다. 또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전쟁을 사회 변화의 이정표 로 취급했을 뿐이다. 그런 역사적 서술 방식은 인간에게 전쟁을, 그리 고 전쟁을 준비하는 사회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었 다. 또한 전쟁을 인간사에서 불가피한 일로 인식하도록 “평화학도 있나요?” 회의나 토론회에서 내 명함을 받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그렇다. 평화를 연구하는 학문도 있다. 나는 그 평화학을 공부했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 평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편하고 행복하면 그것이 곧 평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평화’라는 말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사용한다. 하지만 평화는 간단한 단어가 아니다. 평화라는 말은 관계의 정의, 그리고 사회와 세계의 조건을 포함한다. 평화학은 관계, 사회, 세계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실행한다. 물론 일반인은 연구자가 아니니 학문적 접근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평화로운 관계 속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면, 그리고 평화로운 사회와 세계를 원한다면 평화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어질 평화에 대한 글에서 평화로운 삶, 그리고 평화로운 사회 및 세계를 위해 새롭게 해석하고 접근할 우리 주변과 세계의 문제들을 다뤄볼 예정이다. 법으로 본 세상 25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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