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월호

했다. 하지만 전쟁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고, 국가나 집단 사이에 당연하게 생기는 일도 아니다. 전쟁은 비정상적 인 일이며,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이다. 2021년 8월, 아프간전쟁이 20년 만에 종식됐다. 아프간전쟁을 보면 전쟁의 허상을 알 수 있다. 미국은 2001년 10월, 9·11테러를 저지른 테러 집단인 알 카에다 를 제거하고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그를 숨겨주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하고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다. 테러로 3,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뉴욕이 아수라장이 됐으니 미국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 다. 하지만 알 카에다와 빈 라덴을 심판할 방법으로 전 쟁을 선택한 건 중대한 실수였다. 전쟁에 다른 국가들까 지 끌어들였으니 정치적, 도덕적 책임도 크다. 미국은 20 년 동안의 전쟁에서 결국 탈레반에게 패배했다. 전쟁은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도, 새로운 국가와 공 동체를 만드는 수단도, 극단 이슬람 정권의 손에서 사람 을 구하는 수단도 아니었다. 미국의 주도와 지원으로 아 프칸 수도인 카불을 중심으로 사회적 변화가 있었지만, 그것은 막대한 인명 손실과 파괴를 야기한 전쟁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은 미국의 주장대로 테러 집단을 퇴치하는 수 단도 되지 못했다. 오히려 아프간전쟁 이후 세계적으로 테러 집단이 증가했고, 이제 세계는 상시 테러에 노출된 채 살고 있다. 전쟁을 통해 이익을 본 건 무기를 생산하 고 거래하는 업자들뿐이었다. 전쟁에 대해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많은 사람이 먼 곳의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가까운 곳, 다시 말해 자기 가 사는 곳의 전쟁에는 관대하다는 점이다. 자기 집단과 국가의 전쟁에는 정치적, 도덕적 정당성과 역사적, 사회 적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우리 사회의 모습도 비슷하다. 시리아나 아프가니 스탄에서 벌어지는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북한과의 전쟁 은 불가피하다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가까 운 곳의 전쟁이 자기 삶에 피해를 주고 가까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데 말이다.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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