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월호

까이 가서 살펴보니 보면 볼수록 웅 장한 느낌이 드는 옹벽이었다. 길이 도 좌우 수십미터로 이어지며, 이중 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고, 입체적 이고 미적인 분위기가 일반적인 옹 벽과는 다른 차원의 느낌을 주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그 옹 벽이 건축가의 깊은 뜻이 반영된 예술 작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 시멘트 대신 고급타일로 축조된 것도 그렇고, 잔디밭으로 이어지는 연결부분이 반원형의 둥근 계단으로 마무리된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였다. 그 벽 앞에 조성된 나무 벤치에는 항상 다양한 사람들이 수화(手話)를 나 누는 듯 손을 흔들고 두 눈을 반짝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조화로워 보였다. 각자의 감상에 따라 다른 느낌일 수 있겠지만, 이후 나는 마음속으로 이 벽을 ‘통곡의 벽’이 라고 호칭하기로 했다. TV 화면에서 본 이스라엘 국민들의 신앙의 상징인 통곡의 벽이 이런 것일 까…. 이것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감상과 추측이니 검찰청에서 나를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숭고한작품이일깨우는구도의신성 당나라 시절 유적(遺蹟)으로 알려진 중국 양쯔강변 수십미터 절벽의 대형 마애불상, 고려 시대 때 전란을 피하기 위해 불자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유럽의 오래된 성당의 유명한 그림 등 TV를 통해 이런 숭고하고 경이로운 대작들을 볼 때마다 인간이 가진 능 력에 대해 전율하게 된다. 그 힘들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잠시 감동에 젖어보기도 한다. 요즘도 TV에 소개되는 평균인의 능력을 초월하는 각종 진기명기를 보유한 장인들과 수없 이 반복하며 만들어낸 수제음식들이나 걸출한 무형문화인들이 창조해낸 작품들을 보면서도 참 으로 큰 감명을 받는데, 이 모두가 새로운 생각의 끊임없는 반복과 실천의 결과들일 것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법원 사이에 설치된 장미꽃 터널을 거쳐 마침내 다다르는 내 마음속 ‘통곡의 벽’, 그곳은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現實的) 공간이다. 법원이나 검찰청을 출입하 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은 다를지라도 마음속 고통을 안고 있다는 것은 우리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때로는 심판을 받아 처벌을 받거나, 때로는 세상의 눈으로는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 며, 사람의 한계상 어쩔 수 없이 좌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인간의 힘을 넘어서는 능력을 발휘하는 장인들처럼 최선을 다해 참회와 구도(求道)의 신성(神性)에 젖어보기를, 내 마 음속 통곡의 벽 앞에서 기원해 본다. 문화路, 쉼표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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