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월호

빛나는데 나 혼자만 돌덩이가 되어 저 멀고 어둑한 심연 에 가라앉아 있는 것만 같다. 마이크 화이트 감독의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는 지독한 우울감에 시달리는 중년 가장이 이제 막 성인 이 되려는 아들의 여정에 동행하는 영화다. 주인공 브래 드는 지나온 시간은 후회스럽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은 두려워 뒤척이는 남자다. 영화는 중년의 시간을 겪는 서툰 사람을 멀찍이서 본다. 카메라는 브래드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대신, 그가 처한 소동 속으로 들어가 관객들이 적당한 간극을 두고 그를 바라보게 만든다. 저 먼 나라 사람인데, 브래드의 이야기는 우리와 참 많이 닮았다. 자신의 초라함이 미안해 자꾸 남 탓을 해보고, 모자란 내 삶을 자식의 성공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결국 인맥을 총동원해 아들을 도와주며 그 감사에 우쭐하는 것도 비슷하다. 우리가 소위 ‘카페인(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 타그램)’ 신드롬이라 부르는, 타인의 SNS를 보면서 내 자 신이 부쩍 초라하다고 느끼는 현상도 닮았다. 시시한 삶도괜찮다 브래드의 삶을 동정하지도 탓하지도 않는다는 점 에서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는 위로와 성찰을 함께 담은 그릇이 꽤 넉넉한 영화다. 브래드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현악기, 그리고 묵직한 분위기를 순식 간에 속물적인 욕망으로 무화시키는 벤 스틸러의 연기 는, 조금은 상투적이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충분히 공 감 가능한 이야기로 변화시키는 마법을 부린다. 화이트 감독은 나이가 들어도 깨치지 못한 수수께 끼 같은 세상의 기호 속에서 작정 없이 사는 시시한 삶 을 무시하지 않는다. 딱 우리 눈높이 그대로 바라보는 그 시선이 볕을 곁에 둔 것처럼 넉넉하고 따뜻하다. 사실 브래드의 아내와 아들은 그가 밉고 못난 짓 을 해도 그 등짝을 발로 뻥 차는 대신, 다 이해한다며 손 으로 토닥여주는 선량한 내 편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밝히지는 못하지만, 절망의 얼음덩이를 녹여주는 아들의 마지막 말 한마디는 울컥 마음을 울린다. 시시한 것 같아도, 특별해지지 않더라도 시간은 쉬 지 않고 흐른다. 그러니 멈춰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도, 내리막길이라 생각하는 순간에도 우리의 시간은 계 속 앞으로 나아간다. 사실 작정 없이 사는 사람들은 희 망과 낙관으로 삶을 견디는 법이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는 마음의 흉터가 표정 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웃어도 된다고 말하는 영화다. 그렇게 단단하게 있지 않아도, 터덜터덜 휘청휘청 걸어 도 괜찮다고 말하는데 그게 참 위로가 된다. (P.S.) 엔딩 타이틀이 끝난 후, 놓쳐선 안 되는 장면 이 숨어있으니 꼭 끝까지 보시길 권함. 추켜세우거나비하하는데 “나는나를 너무많은시간을써버렸다.” 가슴뭉클가족영화 12선 슬기로운문화생활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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