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여권을 보여달라는 식당 주인 여기서 잠깐 차별과 혐오의 언어적 의미에 대해 생 각해보자. ‘차별’의 사전적 의미는 ‘둘 또는 여럿 사이에 차등을 두어 구별함’이다. 실제로는 정당하지 못한 이유 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다른 개인이나 집단과 다르게 대우하는 부당한 태도와 행위를 말한다. ‘혐오’의 사전적 의미는 ‘싫어하고 미워함’인데 혐 오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표출될 때 실제 의미를 가 진다. 누구나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할 수 있다. 그것 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해당하고 자기 안에만 가둔 태도와 감정이라면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을 해칠 수는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감정이 누군가를 향해 표출되는 순간, 상대에게 부정적 영향과 해를 끼치 고 사회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바로 ‘혐오’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상황은 외국인에 대한 경계 심을 자극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대응과 방역을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대응과 방역이 한국보 다 허술한 국가 출신 외국인에 대한 경계는 오히려 자연 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염병에 대응하는 조심 스러운 태도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아슬아슬하게 선 을 넘거나 모호하게 뒤섞여 혐오로 나타나곤 했다. 2020년 초 대학원 강의에서 만났던 한 태국 학생 은 수업시간에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한국에 와서 처 음 식당에 갔는데 식당 주인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단 다. 당황스러웠지만 당시는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 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선 여권을 보여줘야 되는구나’라 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식당 주인이 손님에게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식당 주인은 그가 중국인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식당 주인의 행동 은 차별일까, 혐오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아니면 전염 병을 조심하는 당연한 행동일까?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곤 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중국인에 대 해서, 그 후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그리고 그 후엔 모 2021년의 마지막 날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19 상황을 틈타 제노포비아가 판친다는 것이었다.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이방인이나 이민족 집단을 혐오하거나 배척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외국인 혐오’로 해석된다. 기사 제목에서 특히 “한국 이름 만들어 오라”는 따옴표 속 말이 눈에 띄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한 식당 주인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베트남 유학생에게 국적을 손님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이라고 하면 손님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단다. 심지어 부를 때 티가 나지 않도록 한국 이름을 하나 만들어 오라고 했단다. 그 유학생은 차별이라고 생각돼 일을 그만뒀다. 기사에는 헬스장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의 이야기도 있었다. 어느 날 헬스장 입구에 “코로나19로 외국인 출입을 금한다”며 “언어 소통이 어렵고 사고 위험이 있다”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단다. 기사는 여러 사례를 열거하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외국인에 대한 의심, 혐오, 차별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가 외국인 이주노동자 3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상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외국인이 60.3%에 달했다고 한다. 법으로 본 세상 15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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