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공격을 동반한 사건은 8%였다. 증오범죄율의 ‘증가’는 과거에도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범죄가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자기 안에 숨 겨두었던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코로나19 확산을 빌 미로 표출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차별과 혐오, 힘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폭력 지금까지 언급한 여러 가지 사례는 차별과 혐오가 명백한 폭력임을 말해준다. 폭력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차별과 혐오가 그 대상이 되는 개인과 집단에게 구체적 으로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가해를 하는, 그러니까 차별과 혐오를 하는 가해자에게 이익이 된다. 가해자가 얻는 이익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결 코 하찮지 않다. 누군가를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고 자기 뜻에 맞게 행동하도록 강제해 정신적, 심리적 우월감과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다.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 로운 행동을 억제하고 자신의 눈에 띄지 않게 강제하는 것, 그리고 자기 앞에서 말과 행동을 삼가게 하고 자신의 말에 복종하게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한 이익이다. 폭력은 가해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 타인을 억압하 고,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제하거나 강제로 하지 못하게 하며 그 결과 피해자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말하는데, 차별과 혐오는 그런 폭력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차별과 혐오는 불균등한 힘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항 상 상대적으로 힘이 우월한 개인이나 집단이 자기보다 힘 이 약한 개인이나 집단에게 폭력을 가하는데, 차별과 혐 오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학생에게 한국 이름을 요구하고, 태국 학생에게 여권 제시를 요구했던 식당 주인은 자신이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상대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줄이고 없애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방치하면 차별과 혐오가 전염병처럼 번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차별과 혐오가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방식으로 퍼진 것처럼 사회 전체가 노력하지 않으면 차별과 혐오는 다른 대상에게 옮겨져 계속된다.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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