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3월호

이복영 법무사(충북회) 쉽지않은숙제 지방 소도시의 법무사 사무실은 5일장을 방불케 한다. 5일마다 열리는 시골장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라면 없는 게 없는 만물상에 가까워 필요한 물건만 골라 사면 장보기가 끝난다. 그러나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오는 의뢰인들의 사건은 세상을 살아가며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가 칡덩굴처럼 얽히고 서로 충돌해서 좀처럼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법무사로서는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법률문서를 작성해 문제가 해결되면 자부심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이해 충돌로 인해 한계를 느끼는 사건을 접하게 되면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얼 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의뢰인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해 보험금 2억 5400만 원이 나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돈 을 시누이가 자신의 애인을 시켜 편취했다. 보험금을 찾아 통장으로 넣어줄 테니 인감도장과 인감증 명서를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자 남자가 손바닥으로 땅을 치며 소리를 질러 겁박을 하는 바람에 겁이 난 의뢰인이 인감도장을 넘겨주었다. 의뢰인은 인감증명서라도 넘겨주지 않으려 급히 남편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보험금을 돌려주라는 남편 친구의 말에 남자는 보험금을 찾아 형수(의뢰인) 통장으로 넣어줄 거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의뢰인은 동사무소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남자에게 주었다. 시누이는 그렇게 손에 쥔 의뢰인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로 위임장을 날조해 보험금을 모두 수령했다. 예상대로 의뢰인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시누이는 의뢰인의 남편이 살아생전 빌려 간 돈을 받은 것이니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한단다. 의뢰인의 사건은 사기죄 성립이 가능했다. 의뢰인에게 형사고소를 권하고 사건을 수임해 고소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의뢰인에게 전화가 왔다. “법무사님, 변호사 사무실에서 소송을 하면 진다고 포기하래요. 그냥 고소는 취하하고 파산신청으로 해주세요.” 딱한 사정의 의뢰인을 도와주고 싶지만, 의뢰인의 의지가 그렇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저 안타까워하는 수밖에. 법무사로서 늘상 겪는 한 계요, 무력감이건만 일과 감정의 분리는 여전히 쉽지 않은 숙제다. 80 문화路, 쉼표 법무사가쓰는수필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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