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밤낮으로 추위가 매섭다. 어제는 어머니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인 내가 PCR검사를 받았다. 새벽 부터 병원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추위에 발가락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아! 그러고 보니 입춘이 지났다. 24절기 중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다가오는 이맘때쯤에는 항상 살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매서운 꽃샘추위가 온다. 이제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이 지나고 날씨가 풀 려 봄기운에 초목이 싹을 틔우면, 훈훈한 봄날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맑은 하늘과 호숫가 옆 싱그러운 초록 이파리들이 봄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떠올리니 생각만 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오늘의 하늘은 ‘꽃샘추위’라는 이름으로 여태껏 심통이다. 아직 세상의 이치를 말할 나이 는 아니지만, 무엇이든 ‘고비’가 있다. 그것도 아주 힘든 고비. 좋은 날이 오기 직전의 두렵고 어려운 고 통, 고귀한 생명이 세상에 나오기 직전의 죽을 것만 같은 산통, 시험에 합격할 때, 사업이 잘 풀릴 때, 노총각·노처녀가 드디어 결혼할 때, 몇 년 아니 몇십 년간 고생해 첫 집을 마련할 때, 생각해 보면 그 직전의 시간들은 두렵고도 힘든 나날이었을 것이다. 봄이 오기 직전의 꽃샘추위처럼 우리 인생에는 ‘Bottom Out’의 순간이 있다. 우리말로는 바닥 을 치고 올라간다고 할까. 코로나도 곧 절정의 순간을 지나 긴 터널의 끝을 빠져나갈 것이다. 확진자가 12만 명 이상이면 독감 같은 풍토병으로 취급되어 대부분의 사회적 제약이 풀린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바이러스로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 그 가족들, 평생 모은 돈으로 사업을 시 작하자마자 전 재산을 잃게 된 분들…, 우리 직업의 특성상 이런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자주 접할 수 밖에 없다. 남이 아닌 내 자신, 내 가족일 수도 있는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학창시절 청춘드라마에서 들었던 ‘푸시킨’의 시처럼 코로나의 긴 고통을 지나면, 새봄이 온다. 마 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힘차게 나아가 보자. 화이팅! 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회)·본지편집위원 편집위원회 LETTER 새봄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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