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4월호

팔지 못할 만큼 많이 생산되는 옷 사람들은 자신을 잘 드러내고, 때로는 잘 치장해서 나은 평가를 얻기 위해 옷을 입는다.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회에서 옷은 더 중 요하게 여겨진다. 길을 걷다 보면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이라는 평가가 헛된 말이 아님 을 실감한다. 이런 이유로 의류업은 중요한 산업 중 하나로 성장 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옷이 새로 만들어진 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선 버려진다. 계절이 바뀔 때 이 전 시즌에 팔리지 않은 옷들이 할인매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면, 왜 다 팔지도 못할 만큼 옷을 만드는 건지 의 문이 들 때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옷은 얼마큼일까, 필요한 만큼만 사고 만들 수는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옷이 넘쳐나는 건 한국의 상황만은 아니다. 경제 수 준이 높은 나라들의 상황이 모두 비슷하다.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높은 소비 욕구는 과다 생산을 자극하 고, 많은 옷이 쓰레기가 된다. 시즌이나 유행이 지난 옷은 할인 판매되다 최종적으로는 무게로 계산돼 팔린다. 그런 옷 중 많은 양이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으로 수출된다. 집에 쌓인 옷은 의류 수거함으로 가고, 그렇게 쌓인 옷 또한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으로 간다. 라오스 여행을 할 때 사진사들이 한국 노동조합 이름이 새겨진 조끼를 입고 있어 놀란 적이 있다. 그 외에도 다 양한 한국어가 써진 재활용 옷을 볼 수 있었다. 재활용은 바람직한 일이다. 경제 수준이 높은 선진 국들에서는 기부받은 옷을 팔고 사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고, 우리나라도 그렇다. 나도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할 때 재활용 가게에서 옷을 산 적이 있다. 창고 세일을 통 해 입던 옷을 주변 사람들에게 싸게 팔기도 하고, 바자 회에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버려지는 옷 을 처리할 수 없다. 경제적 발전을 이룬 나라들, 그러니까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에서 버려지는 옷은 기부 또는 재활용이 라는 명분으로 수집돼 다른 나라로 향한다. 하지만 결국 많은 양의 옷이 그곳에서 쓰레기가 된다. 가난한 나라에 기부? 실상은 옷 쓰레기 처리 2021년 가을 미국의 뉴스 매체들은 아프리카 국가 들의 골칫거리가 된 옷 쓰레기 문제를 보도하기 시작했 다. 이미 오래된 문제였지만 미국 매체들이 보도하면서 봄이다! 바람은 살갑고도 온화하고, 날씨는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재촉한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꽃망울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꽃놀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쇼윈도에 전시된 화사하고 날렵한 봄옷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래서인지 봄이 되면 너도나도 새 옷 한 벌쯤은 사서 봄맞이를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옷은 먹는 것, 자는 곳과 더불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그런데 우리는 옷이 전통적인 기능을 넘어선 세상에 살고 있다. 옷은 입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드러내는 상징이 됐다. 법으로 본 세상 23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