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선진국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가 낳은 실상을 알 게 됐다. 매체들이 보도한 건 가나의 상황이었다. 가나의 수 도 ‘아크라’에는 매주 1,500만 벌의 중고 의류가 도착하 는데, 대부분 북미나 유럽, 호주인들이 기부한 것이다. 업자들이 기부한 옷을 모아서 수출하는 것이다. 옷들은 커다란 꾸러미로 묶여 아크라의 시장에 하역된다. ‘죽은 백인의 옷(Dead White Man’s Clothes)’이 라 불리는 이 옷들을 산 상인들은 세탁하고 다시 재단 하거나 염색을 해서 판매를 한다. 하지만 애초 품질이 안 좋아 팔 수 없는 옷이 많다. 패스트 패션이 대세가 되면 서, 기업은 질 낮은 옷을 대량 생산하고 소비자는 값싼 옷을 자주 사고 버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 의류 시장에서 외면받은 옷들은 결국 쓰레기 가 되는데, 전체 수입 중고 의류의 약 40%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나는 일 년에 수십억 벌의 옷을 쓰레기 로 처분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결국 옷 쓰레기는 여기저기에 마구 버려져 쓰레기 산을 만들 고 생활환경은 물론 산, 하천,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가나만 옷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건 아니다.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의 상황도 비슷해서 2016년엔 공동 으로 중고 의류 수입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 국 등 수출국의 반발과 자국 내 일자리 감소 우려 때문 에 반발에 부딪혔다고 한다. 작년 겨울에는 남미 국가 칠레의 사막에 버려지는 옷 쓰레기 문제도 보도됐다. 매년 약 6만 톤의 중고 의류 가 칠레로 들어오는데 그중에 3분의 2인 약 4만 톤이 아 타카마 사막에 그대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남 미,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옷 쓰레기 문제를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과다 생 산이다. 특히 패스트 패션이 생산과 소비를 지배하고 있 기 때문이다. 요즘 옷들은 품질이 그닥 좋지 않다. 패스 트 패션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의류업계는 유 행과 소비자 취향을 빨리 반영해 생산하고 싼 가격에 빨 리 많이 파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쇼핑 채널에서는 매일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판매 한다. 소비자 또한 계절마다 유행을 따라 구매하고 조금 입다가 버린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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