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路, 쉼표 법무사가쓰는수필과시 내가 여수중학교 2학년(1952년) 재학 시절의 이야기다. 여름방학이 끝난 어느 날,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있는데 저녁때쯤 30대로 보 이는 낯선 사람 두 명이 집으로 들어오더니 “이 집에 여수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서세연이라는 학생이 있냐?”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우리는 경찰관인데, 조사할 것이 있으니 같이 경찰서로 가자”는 것 이다. ‘아니, 벌써 수사가 시작됐나?’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침에 학교 가면서 어젯밤 붙여 놓은 벽보가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그새 수거되어 벽보를 붙인 범인을 찾는 수사가 시작되었음을 직 감했다. 절대로네가한짓이아니라고잡아떼어라 그 이틀 전, 나는 집 앞 골목 바로 건너 이웃에 살고 있는 같은 중학교 친구와 친구 집 담벼락에 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의 사촌형과 셋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 형이 지금 정 부가 정치를 잘 못 해 쌀값 등 물가가 폭등하고, 국민들이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지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이런 정부의 무능을 깨우쳐 주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나는 형의 열변에 감동하여 당장 오늘 저녁에라도 정부를 규탄하는 벽보를 만들어 시내 곳곳에 붙여 놓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실제로 실천에 옮겼던 것이다. 나는 당시 학급 반장으로 학급 아이들이 제출한 여름방학 수학 과제물을 검사했는데, 그 검사 에 동원되었던 학우들과 함께 2절지 갱지였던 그 과제물 종이를 집으로 가져와 8절지로 자르고 먹을 갈아 종이 이면에 붓으로 정부 규탄 글을 적었다. 그리고 밤중에 어젯밤 함께 형의 열변을 들었던 이웃 친구와 함께 종이를 들고 시청 담벼락 등 에다 붙여 놓았다(역시 어린 탓으로 종이 이면에 그래프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우(愚)를 범 서세연 법무사(서울중앙회) 불온한벽보 그때그어린시절이야기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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