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때론 웃고, 행복하기도 하고, 싸우고 상처주고 받으 면서도 여전히 포옹하고 위로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 의 삶이다. 영화는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깔아두 고, 포근한 감성까지 놓치지 않는다. 부모에게서 벗어나 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소녀가, 그 나이 또래의 고민 과 사랑을 겪으면서 훌쩍 자라는 성장담이자 아이를 떠 나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도닥인다. 가족이라는화음 - 아이들과함께어른도자란다 갈등의 과정에서 드러난 부모의 본심은 마음에 지 워지지 않는 새파란 멍을 남긴다. 우리가 다 안다고 믿는 가족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아는지는 폴라뿐 아니라, 관 객에게도 유효한 질문이다.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숨 쉬고,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잘 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다른길위에서각자다른시간을살아가고있다. 「미라클 벨리에」는 결국 온전한 내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 만나야 한 다는 것, 그리고 그 길은 오직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는 사실을 조용히 읊조린다. 에릭 라티고 감독은 애먼 가족의 화해를 내세우거 나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지 않고, 주인공의 미래 역시 방 치하듯 툭 던진다. 혼자 앞서 나가라고 등을 떠밀기보다 는, 혼자걸어갈수있다고살포시손을잡아주는것이다. 강한 어조의 충고나 파국을 통한 카타르시스, 거짓 말인 줄 알지만 달짝지근하고 강한 감미료 같은 위로를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뻔해 보이는 이야기는 몇 가지 관점의 변화 로 진심에 가닿는다. 청각장애 벨리에 가족의 입장에서 폴라의 듀엣곡 을 바라보는 장면과 자신의 노래를 부모님과 동생이 눈 으로 들을 수 있게 수화와 함께 노래하는 장면은 잔잔 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장애가 만 들어내는 차별과 갈등을 짐처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 람들의 삶도 부정하지 않는다. 엄마의 나쁜 속내도, 이별이 두려운 이기심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떠나는 사람에게도, 또 남은 사람에게도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스 스로일어서야한다는사실을위로처럼성찰하게만든다. 에릭 라티고 감독은 아직 끊어지지 않은 가상의 탯 줄을 끊고 다시 태어나는 아이의 반대편에 탯줄이 끊긴 어른들도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성장은 오롯이 아이들의 몫인 것 같지만, 아이들의 소동과 함께 어른 들도 자란다. 그 통증 같은 열병의 온도는 쓸쓸하고 씁 쓸하지만,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오롯이 제 몫인 채 로…. 도망치는게아니에요. 날개를편것뿐. 오늘부터두분의아이는없어요. 부디알아주세요. 비상하는거예요.” 가슴뭉클가족영화 12선 슬기로운문화생활 “사랑하는부모님, 저는떠나요. 사랑하지만가야만해요.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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