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라는 말이 무지하게 공감이 가는 요즘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늘이 푸른 색이네!’, ‘아, 뜨는 해를 본 지는 얼마나 되었지?’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는데, 아마도 그래서 사람 들이 연말 연초에 뜨는 해, 지는 해를 보러 가곤 하겠지요. 사실 저는 부러 시간을 내 일출이나 일몰을 보러 간 적이 없습니다. 감성이 메마르다고요? 그럴 지도 모릅니다. 제 특유의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에 더해, 매일매일 안산에서 서울까지 출·퇴 근을 하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자연의 풍광에 나름의 힐링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산과 들에 피는 꽃을 보고, 푸르름이 우거지는 신록을 보고, 앙상한 나뭇가지와 어느새 소복이 내려앉은 흰 눈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곤 합니다. 이런 정도로도 힐링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저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집사람 입니다. 주말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마음이 들썩일 것이 분명하지만, 저로 인해 여행에 대한 동경 은 늘 생각으로만 그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포기와 체념을 넘어 달관에 이른 듯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나름 충실하게 즐기려고 합니 다. 물론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을 우리 집 늦둥이, 강아지 호두와 마루를 돌보는 데 쓰는 것 같지만, 그 들이 주는 기쁨과 마음의 위안에 비하면 투자 대비 효용성이 좋은 편입니다. 저는 이전에 법학원에서 강의를 많이 했는데, 그때도 다람쥐가 생각나곤 했습니다. 가족의 생계 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본능으로, 쳇바퀴 돌듯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해가 지는지, 뜨는지 궁금할 겨 를이 없습니다. 법무사 업무를 주로 하고 있는 지금도 다람쥐 생활에는 변화가 없지만, 앵무새였던 강의와는 달 리 법무사 일은 위임받은 사건이 다이내믹하다는 점에서 다른 점이 많습니다.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다가 문득 그 실마리가 떠올랐을 때의 희열! 그러다 지난해 여름부터 『법무사』지의 편집위원이 되어 새로운 인연을 맺었습니다. 화상으로나 마 매월 전국 각지에서 참여하는 편집위원님들과 만나며, 신선한 활력을 받고 있습니다. 억양과 말투에서 배어 나오는 위원장님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편집주간님의 매끄러운 진행, 연륜에서 우러나는 위원님들의 차분하고 진지한 토론 속에서 한 해를 보내다 보면, 2022년 올해도 다 람쥐 쳇바퀴 속 소소한 즐거움과 함께, 지는 해와 뜨는 해(?)를 그리워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김정호 법무사(서울중앙회) · 본지편집위원 편집위원회 LETTER 다람쥐쳇바퀴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