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힘을 주고 다시 물었는데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잘 몰라요”였다.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 “아버님, 어디서 돈 빌린 것 있으세요?”라고 물었는데, “저는 돈 빌린 적 없어요. 그 런데 최근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무슨 대부회사래요. 저한테 채무가 있으니 돈을 달라고 해서 나는 돈 빌린 적 없다고 하니까, 저희가 판결을 받은 것이 있으니까 돈 을 갚지 않으면 통장을 압류하겠다고 했어요.”라고 말하 는 것이다. 필자는 의뢰인에게 “일단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을 해봐야 알 수 있겠다”고 하고,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가 서 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정본을 발급받아서 다시 오라 고 하고 상담을 마쳤다. 그런데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오 후 5시가 조금 넘어 두 분이 다시 사무실로 찾아와 바 로 법원에 가서 결정문을 받아 왔다며, 서류 봉투를 내 밀었다. ‘이분들, 성격이 엄청 급하시네.’ 속으로 이런 생각 을 하며, 서둘러 결정문을 살펴보았다. 채권자는 ‘○○ ○자산대부관리회사’, 본안사건은 ‘2016가단○○○○ 호 양수금 청구사건’이었다. “아버님, 2016년도에 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적 있 으세요?” 그러나 의뢰인의 아버지는 역시나 그런 적이 없다 고 했다. “예전에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안 갚아서 그 채무가 ○○○자산대부관리 회사로 넘어갔고, 그 돈 을 갚으라고 소송을 한 거예요. 기억이 안 나세요?”라고 재차 물으니, 그제야 “그게 그건가…”라며 채권이 발생 하게 된 사유에 대해 뜨문뜨문 말하기 시작했다. 명의대여로 인한 처벌, 이후 송달된 소장부본은 받은 적 없어 사건의 당사자인 아버지는 공사 현장에서 막노동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고, 배우자도 없이 지하 단칸 방에 살았다. 배움이 없다 보니 명의대여가 뭔지도 모르 는 분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공사 현장에서 알게 된 사 람이 집을 사려고 하는데 자기 명의로 집을 못 사니 명 의를 빌려주면 약간의 돈을 주겠다고 해서 명의를 빌려 준 데서 시작되었다. 단순히 명의만 빌린 것이 아니고, 주택을 매수하면 서 빌린 명의로 매도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금융기관에 임대차계약 사실을 숨긴 채, 그 주택을 담보 로 제공하여 주택의 담보가치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아 이를 편취하는 사기를 벌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까맣게 모른 채 명의를 빌려줬던 의뢰 인의 아버지는 2003년, 사기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본인은 형사처벌을 받았으니 모 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지내왔던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듣고 필자는 민사판결 사건을 검색해 보았는데, 2017.1.25. 피고인 아버지에게 ‘소장부본/소송 안내서/답변서요약표’가 송달된 것을 확인하였다. ▶의뢰인아버지의민사판결사건검색결과 필자는 “아버님, 2017년도에 법원에서 소장 받으신 적 있으시지요?”라고 물었는데, 역시나 그런 적이 없다 고 답한다. 필자는 사건 진행 내용을 출력해 보여주면서 “여기에 2017.1.25. 송달받았다고 나와 있지요. 그런데 안 받으셨어요? 정확히 기억해 보세요. 분명히 송달받았다 2 53 나의사건수임기 현장활용실무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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