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5월호

고 나와 있거든요.”라고 다시 한번 물었지만, 역시나 자 신은 받은 게 아무것도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같이 사는 다른 사람이 있어서 받 았나 싶어, 집에 다른 사람이 있냐고 물으니 자신은 혼자 서 지하방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이상했다. 송달 기록이 분명히 있는데, 본인은 받은 적이 없다고만 하니 거짓말 을 하는 걸까…? 그러자 옆에 있던 의뢰인이 당시 자신이 아버지 집 근처에 살았는데, 자신의 기억으로는 아버지가 그때 지 방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딸인 의뢰인이 대신 법원에서 서류를 받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의뢰인 역시 자신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다시 판결사건 내 역을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소장부본은 송달이 되었지 만, 그 이후의 서류는 모두 ‘폐문부재’로 기록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보통의 경우, 소장부본을 받으면 이후 법원으로부터 오는 서류는 챙겨서 수령하는 것이 일반 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송달된 내역을 확인해봐야 했다. 의뢰인에게 다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가서 민사판결문과 우편송달통지서를 발급받고, 의정부 지방법원에도 가서 형사판결문을 발급받아오라고 했다. 두 분이 돌아간 후 기지개를 켜며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8시였다. 우편송달통지서의 본인 서명, 당사자 글씨체와 달라 며칠 후, 예정대로 두 사람이 형사판결문과 민사판 결문, 그리고 우편송달통지서를 가지고 나타났다. 필자 는 지난 상담에서 의뢰인의 아버지가 송달을 받지 않았 다고 계속 말했기 때문에 우편송달통지서를 집어들고 송달 내역부터 자세히 살펴보았다. 통지서에는 본인에게 전달했다는 기록과 본인의 서명까지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판결문을 읽어보았다. 채권 발생일 은 2001년, 채권액은 원금 169,466,474원에 이자 242,708,49원을 합해 총 412,174,965원이었다. 그리고 2002.12.31. ○○은행으로부터 ○○○○○○○○유동 화전문회사로 채권이 양도되었고, 2007.6.8. ○○○자 산대부관리회사로 채권을 다시 양도하여 채권양도통지 서를 발송했으며, 이를 본인이 수령했다고 기재되어 있 다. 우리 「민법」 제168조에서는 “채무승인의 경우에도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본인이 만약 채권양도통지를 수령하면서 채무를 승인했다면 추완항 소를 한다 해도 가망성이 없었다. 그래서 “아버님, 2007 년에 채권양도통지서를 받은 적 있으세요?”라고 물어봤 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 그런 거 받은 적 없어요.”라고 답했다. 중요한 문제였기에 다시 한번 “여기 보시면 아버님 이 소장부본을 직접 받은 것으로 되어 있어요. 진짜 안 받으신 거 확실해요?”라고 묻자 이번에는 “받았나…?” 하며 말끝을 흐리는 것이다. “아버님, 이거 중요한 문제예요. 정확히 기억해 보 세요.” 약간 다그치는 듯 재촉하는 필자에게 옆에 있던 의 뢰인이 나섰다. “법무사님, 여기 있는 서명은 우리 아빠 글씨가 아닌데요?”라며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보통 서명기에 싸인을 하면 일반적으로 쓰는 글씨와는 다를 수가 있다. “아니에요, 이건 아빠 글씨와는 너무 달라요.”라며 절대 아버지의 글씨체가 아니라고 하였다. 강하게 부인 하는 의뢰인을 보자니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럼 혹시 다른 사람이 수령한 사실도 전혀 없는 거 확 실해요?”라고 물었더니 “간혹 삼촌이 왔다 가시기는 하 는데…”라며 다른 사람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럼 집에 가셔서 자필로 아버님 이름을 10번 쓰 시고, 삼촌께도 자필로 아버님 이름을 10번 쓰시라고 해 서 가지고 와 보세요.”라고 하고, 상담을 마쳤다. 3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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