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맞바꾸기로 결정한다.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역할을 배워본 적이 없는 료타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후천적으 로 습득된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생물학적인 유전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의 마음은 읽지도 못한다. 그는 애 써 키워온 아이는 훌쩍 떠나보내고, 자신의 생물학적 친 자 ‘류세이’에게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고 강요한다. 키 워준 아버지 유다이가 자신의 아버지라고 믿는 류세이 는 “왜?”라고 묻는다. 이것이 조용하지만 힘 있는, 이 영 화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당신이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건, 키워준 아버지건 상관없이 왜 내가 당신을 아버지라 불러야 하는가 하는, 아들들의 질문에 이제 아버지들이 답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깨닫는 순간은 봄 햇 살에 조금씩 녹아내리는 강물처럼 여전히 차갑지만 희 망적이다. 부모의죄의식, 오랜철가면을벗고 우리는 선뜻 아버지를 말하지 못하는 시절을 겪었 다. 아버지는부재중이거나등을돌리고가족이란이름에 길게그늘을드리우고있었다. 아버지는터지면골치아프 지만, 뚝 떼어버려도 별 상관 없고, 별다른 문제만 없다면 그냥 달고 살아도 좋은 ‘맹장’ 같은 존재가 되어 가족과 사회의언저리를맴돌고있는경우가많았던것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05년, 부모 없이 남 겨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아무도 모른다」 이후 2011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는 이혼한 부 모의 재결합을 바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심정을 그렸다. 그렇게 아이들을 중심으로 가족을 이야기하던 히 로카즈 감독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이번에는 아버지에 대해 말한다. 뒤바뀐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흔한 소재일 수 있지만, 히로카즈 감독은 흔한 오열과 드잡이 대신, 이 완벽해 보이는 남자 료타의 변화에 주목한다. 아버지라 불렸지만, 단 한 번도 아버지였던 적이 없 는 남자가 비로소 아버지가 되(어보려 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어조는 속삭임처럼 낮고 조용해 더 선 명하게 가슴으로 스며든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시대에 부모는 있었으나 고아나 다름없이 살았던 젊은 부모들은 ‘아이의 잘못이 내 탓’이라는 아주 무거운 죄 의식을 짊어지게 된다. 료타가 비로소 가슴으로 아버지 가 되어가는 성장담은 그렇게 호들갑스럽지도 않고, 신 파적인 울림도 없이 조용히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렇게 덜 자란 아버지들을 채근 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들의 근원적 죄의식을 이해하 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면 왠지 토닥 토닥 위로받은 느낌이 든다. 가슴뭉클가족영화 12선 슬기로운문화생활 “내가아니면안되는일이있어서요.” “아버지라는일도다른사람은못하는거죠.” <유다이> <료타>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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