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5월호

90 지난해 연말, 사무실 직원들의 회식 자리에 일을 이유로 불참한 적이 있었다. 사실 일은 핑계고 건강 문제 가 주된 이유였지만, 돌이켜보니 언제부터인가 술자리에서의 산만함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 회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하나둘씩 익숙한 것들과 결별을 하고, 점점 혼자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예전에 외국에 유학 갔던 친구가 “유학 생활을 하려면 혼자 있는 것을 즐겨야 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내친김에 옛날 전화번호를 뒤져 오랜만에 그 친구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는다. 친구는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면서, “잠자리도 제공할 테니 시간 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한다. 혼자 사는 이유를 물어보기 미안해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 대신 나이 먹어서도 혼자 있는 생활을 즐기느 냐고 물었더니 “나이 먹어가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문득문득 두려워지기도 한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혼자 있는 것을 즐겨야 한다던 친구의 말은 이제 ‘나이 먹을수록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바꿔 야겠다. 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가 있는데 왜 그런 걱정을 하냐며 핀잔을 준다. ‘그렇구나, 나에게는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배우자가 있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은, 당시 임금 제경공이 자신의 처가 늙은 것을 보고, 젊고 예쁜 여자 한 명을 보내주겠다고 하자 “여자가 남자를 만나 시집오는 것은, 후일 늙어서 보기 싫게 되더라도 버리지 말라는 무언의 약속과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의 아내가 비록 지금은 늙고 볼품없지만, 신은 이미 아내로부터 그런 약속과 믿음을 받았습니다. 어찌 이제 와서 동고동락한 아내를 버릴 수 있겠습니까?”라며 거 절했다고 한다. 안영에게는 젊고 예쁜 여자의 시중보다는 오랫동안 함께 생활한 배우자와의 약속과 신뢰가 더 소중했던 것이다. 2500년 전, 치열하게 살다 간 오척 단구 안영의 마음가짐이 큰 울림을 준다. 도자기나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아 고가에 거래된다. 그러나 단순히 오래 묵었다고 고가 인 것은 아니다.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흠이 없도록 잘 보관해야 한다. 사람에 가격을 매길 수는 없겠지만, 나이 를 먹어갈수록 주변 사람과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주는 생활이 노년의 인생을 아름답게 하지 않겠는가! 박성익 법무사(광주전남회) · 본지편집위원 편집위원회 LETTER 노년의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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