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6월호

했다. 통일을 명분으로 북한은 선제적 공격을 감행해 전 쟁을 일으켰고, 남한은 북진 통일을 위해 38선을 회복한 후에도 전쟁을 계속하길 원했다. 한국전쟁 발발 후 7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 북한은 계속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비롯 되고 고착된 증오, 그리고 군사적·정치적 대립이 이완되지 않은가운데계속통일을얘기하는건아이러니기도하다. 한국전쟁의 가장 중요한기억, 사람 한국전쟁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자 비극이다. 그 의미를 생각한다면 겨우 일 년에 한 번 기 억하고 기념하는 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 전쟁과 관련해 가장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기억해야 하 는 건 사람이다.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 실종된 사람 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 각자가 겪었던 고통과 슬픔이다. 전쟁이 인류 보편 적으로 ‘악’으로 규정되고, 절대 일어나서도 승인되어서 도 안 되는 일로 여겨지는 이유 또한, 전쟁으로 인해 생 명의 손실과 삶의 파괴에 직면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한 국전쟁도 사람을 통해 기억되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전쟁은 사람을 통해 기억되지 않고,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남북한 사이 적대적 관계를 고착시킨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된다. 북한의 침략에 맞 서 국가를 지킨 전쟁으로 기억된다. 동일 민족인 남북한 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한반도 전체가 파괴를 면치 못 했다는 점에서 민족의 비극으로도 기억된다. 물론 사람이 전혀 기억되지 않는 건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싸운 국군의 애국심과 유엔군의 인 류애는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기억된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자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 라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로만 기억된다. 그들이 죽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겪었을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고 통과 공포는 기억되지도 거의 언급되지도 않는다. 그나 1950. 7. 26~29. 미군의무차별총격으로양민 300여명이사망한노근리사건현장 18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