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6월호

속으로 남북한 모두 전쟁 준비에 막대한 지출을 해왔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조인 돼 전쟁이 중단됐으나 그 이후 우리는 하루도 전쟁의 위 험 없는 일상을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근본적인 책임은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 있다. 그러나 전쟁 후의 평화 없는 한반도 상황, 그리고 계속되 는 남북의 군사적 긴장과 정치적 대립, 그에 따른 불안한 상황에는 한반도 평화, 그리고 전쟁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상처에 무관심했던 우리의 태도와 대응에도 책임이 있다. 전쟁 이후 평화적 삶을 위해, 그리고 남북의 적대적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대화하고 교류하는 등 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한국전쟁은 여전히 남북 사이 증오와 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이자 변치 않는 근거 로만 기억되고 있다. 또한 적대적인 남북 관계의 틀 속에 갇힌 한국전쟁은 여전히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에 대 한 추모와 기억을 방해하고 있다. 한국전쟁은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새롭게 기 억되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한국전쟁을 전쟁으 로 기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전쟁은 침략국인 북 한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지킨 전쟁으로 기억됐다. 그러다 보니 한국전쟁이 전쟁의 보편적인 모습을 가 지고 있었다는 점, 그래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가 족을 앗아가고 생활의 터전을 파괴했던 점은 잘 언급하 지 않았다. 곳곳에서 있었던 국군, 미군, 경찰 등에 의한 전쟁범죄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국가를 지키 는 전쟁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 중에 일어났던 모든 일은 설사 국가의 잘못이라 할지라도 정의의 기준으로 규명되고 사회적으 로 기억되어야 한다. 한국전쟁도 보편적 전쟁과 같아 한국전쟁을 새롭게 기억하고, 인간 사회에 있어서 는 안 되는 보편적 전쟁으로 기억해야 남북한의 무력 대 결과 군사적 긴장을 감시할 수 있고, 전쟁을 승인하는 사회적 담론 확산을 막을 수도 있으며, 전쟁에 대한 민감 성도 높일 수 있다. 2013년과 2017년 한반도는 전쟁의 위기에 처해 있 었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한국과 국제사회가 문제를 제기했고, 군사적 긴장은 높아졌다. 유엔 제재에 대해 북한은 저항했고,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의 말 폭탄과 무력 시위가 이어졌다. 이때 국제사회는 한반도가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제사 회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긴장했지만, 정작 한 국인들은 태연했다. 일상생활을 유지했고, 물건 사재기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담력이 세거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건 아니었다. 다만 지속적인 남북 대립 과 반복적인 군사적 위기 상황에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에 사는 누구도 한국전쟁 이후 하루도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위험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 에 그랬을 것이다. 비록 우리가 매일 자각하지 않았더라 도 말이다. 또한, 한국전쟁이라는 사회적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 하고 전쟁에 민감하지 않고 국익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 이라면 전쟁도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한국전쟁을 새롭게 기억하기 위해 계속 고민해야 한다. 명심해야 할 건 전쟁은 인간 사회에서 일 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이고, 그 이유는 전쟁이 인간의 생 명을 위협하고 삶의 터전을 파괴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설사 국익을 위한 전쟁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이 고, 사실 가장 큰 국익은 국민 생명의 보호다. 한국전쟁 도 그런 파괴적 전쟁 중 하나로 기억되어야 한다. 무엇보 다 보호받아야 했지만 보호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통해 기억되어야 한다. 법으로 본 세상 21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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