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처지는외양만으로알수없다 황 법무사는 법원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며 22년 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1년 퇴직해 법무사가 되었다. 매일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서 한번 살아보자 싶어 과감히 사 표를 던지고 개업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그때 안 그랬으면 아마도 평생 공무원으로 살았 을 기라예. 법무사가 되면서 성격도 활달해지고, 사람들 과의 유대관계도 넓어지고 많이 달라졌지예. 법무사 하 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더.” 그는 개업 이후 주로 가사 사건과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사건에 집중해 왔다. 그 이유에는 법률구조에 뜻을 가지게 된 계기도 맞닿아 있다. “개업 초기에 어떤 여성분이 이혼 소송을 하겠다고 찾아왔는데, 다른 사무소에서 ‘여자가 무슨 이혼이냐’고 해서 여성 법무사인 저를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예. 여성 법무사로서 여성들의 처지를 도울 수 있는 가사 사건을 중심으로 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되었지예. 또, 한번은 한 할머니가 찾아왔는데, 상당히 깔끔 하고 지적으로 보여서 형편을 전혀 짐작할 수가 없는 분 이었어예. 그런데 사정을 알고 보니 너무나도 어려운 처 지에 계신 겁니더. 아, 사람의 처지는 외양만으로는 결코 알 수가 없구나, 외려 도움을 청하기가 더 어려운 이런 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예.” 그는 현재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겉모습이 아닌 내면 깊숙이 감춰둔 어려움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그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었 을 것이다. “시람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잖아예. 인간관계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의뢰인들을 상담하 면서 그들의 말을 더욱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사건 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더.” 필자는 그가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소통과 공감에 대한 욕구와 의지가 남다른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런 점은 법무사도 고객을 응대하고, 원하는 법률 서비 스를 제공해야 하는 직업인이라는 점에서 부러운 자질 이 아닐 수 없다. 당사자입장을세심히반영하는제도개선필요해 “지금까지 법률구조 했던 모든 사건이 기억에 남지 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한 무적자 분의 성본 창설과 자 립을 도와드린 일입니더. 이분 인생이 참 기구합니더. 어렸을 때 포대기에 싸 여 자식이 없는 집 대문 앞에 버려져 그 집의 친생자로 출생신고가 되고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했지예. 그런데 출생에 대한 상처 때문인지 비행에 빠져 교 도소까지 드나들고 하니까 길러준 부모가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해 하루아침에 무적자가 된 겁니 더. 갓난아기 때부터 길러준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으니 그 상처가 얼마나 크겠습니꺼. 마음의 상처가 병이 되어 우울증이 왔고, 집 안에서 꼼짝을 안 하고 있다 보니 경 제적으로 고립이 되었지예. 그런 상황에서 법률구조를 맡았는데, 우선 관할구 청에 거주지와 생계비 긴급지원 신청을 해서 받았습니 더. 그다음에는 가족관계등록부가 있어야 기초수급 신 청이나 의료보험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성·본 창 설을 하고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해 주었지예. 일단 생 계의 기초는 마련했으니 앞으로 잘 살아가야지예. 생각 하면 가슴 아픈 일입니더.” 고통에 빠진 분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수없이 접하 고 있는 그로서는 누구보다 절실하게 이들의 삶을 개선 하는 제도의 개선에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명 ‘사랑이법’으로 유명해진 미혼부의 자녀의 출 생신고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었을 때, 그는 관련 세미나 에 참여해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 소요시간 단축을 위해 법원이 유전자검사 명령이나 보정명령을 통해 곧바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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