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는 뭐라고 답해야 하나? 내 잘못도 아니건 만 괜스레 말이 더듬어졌다. “뭐, 그렇….” “변제를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대표님께 소송 중 인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고 보고하면, 저보고 사직서 내 고 집에서 쉬라고 하실 수도 있어요. 그 정도 사안이라 는 걸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여러 번 같이 일했던 사이가 아니라면, 당장 내게 돌아가라고 할 기세다. “법무사님, 변제공탁을 하면 안 될까요? 회사는 원 고가 주장하는 돈을 전부 변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계획하고 있는 합병을 포기할 수도 없고요. 3년 후 에 상장하려면 반드시 지금 합병을 해야 합니다.” “변제공탁을 하면 상대방이 그 돈을 인출하면 그 뿐입니다. 변제를 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오히려 소송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원고가 소송에서 승소하면 찾아갈 수 있 는 조건으로 변제공탁을 하면 어떨까요?” “조건부 공탁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데, 소송에서 승소하는 조건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법이 그래요.” 아차! 법 이야기는 뺐어야 하는데…, 그래도 꾹꾹 참는 걸 보니 그간 신뢰가 쌓이긴 했나 보다. “그러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 은데,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인적담보와 물적담보 모두 가능합니다. 예를 들 어 대표이사님이 소송에서 확정되는 채무를 변제하겠다 는 보증을 서고,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무상으로 인적보증을 서는 사례는 한 번도 본 적 없고 물적담보가 대부분인데, 회사 소유 부동산에 근 저당권을 설정할 수도 있고, 예금에 질권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저도 두세 번 해 본 적이 있네요. 아니면, 요즘 은행에서 지급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지 모르겠는데, 발급해 준다면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아 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보증한도는 원고가 청구한 금액 이지만, 지급조건에 원고가 승소한 경우 그 금액을 한도 로 할 수 있겠지요.” “만약 상대방이 담보제공을 거절하면요?” “근저당을 설정해 주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이를 거 절할 경우, 근저당과 관련된 일체의 서류를 물품공탁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근저당이 상당한 담 보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을 수 있어요. 등기관 또한 상당한 정도의 담보에 해당하는지 여 부를 판단하기 곤란하고, 예금에 질권을 설정하는 것도 질권계약을 하는 것에 동의해 주어야 하는데, 상대방이 질권계약을 거절하고 변제를 요구할 경우에는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은행에서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아서 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수령을 거부하면 지 급보증서를 물품공탁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은행이라 고 하는 공신력과 지급보증 된 금액, 그리고 지급조건을 확인하면 상당한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방이 이를 거절했는지 제3자가 판단할 수 있고, 상대방 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실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 상업등기선례에서도 “상당 한 담보인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 하여야 하는바, 「은행법」에 의하여 설립된 은행이 채권 액에 상당하는 지급보증을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그 이외의 인적 담보의 상당성 여부는 물적 담보만큼의 충분한 지급확 보가 가능한지 여부, 채권의 존부나 채권액에 다툼이 있 는지 여부, 합병 전·후의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 려하여 판단할 사항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언제 화가 났었냐는 듯 J이사의 표정이 사뭇 밝아 졌다. 오래된 고객의 마음이 풀어진 것을 보니 필자의 마음도 덩달아 밝아졌다. “대표님과 상의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상담 도 중 조금 열 받긴 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셔서 오히 려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래, 법무사가 뭐 있나. 고객이 만족한 피드백을 해 줄때의보람과기쁨, 그런맛으로열심히사는거지! 65 신(新) 기업컨설팅사례연구 현장활용실무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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