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대인관계가 수월하고 풍요로워야지 우 리는 행복해진다. 반대로 대인관계가 어렵게 느껴진다 면? 원치 않는 관계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 다면? 우리는 급속도로 불행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문화에서 원만한 인 간관계를 가지기란 참 쉽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시간보다 어떤 목적에 의한 만남(예 를 들어, 회사의 회식)이나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한 만 남(예를 들어, 각자 본인 자녀의 출세를 자랑하기에 급 급하기만 한 모임 등)이 우리의 일상을 꽉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인관계에 극도로 민감한 우리에겐 행 복해지기 아주 불리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Baldwin 외(1990)의 실험 결과를 보면, 타인의 시 선에 신경을 쓰는 것이 우리 마음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잘 알 수 있다. 이 실험의 참가자들은 대학원생 들이었다. 그들은 본인이 낸 연구 아이디어를 스스로 평 가하도록 지시받았다. 이때, 참가자들 중 일부에게는 그 들이 보고 있던 컴퓨터 화면에 지도교수가 찌푸리고 있 는 사진이 뜨도록 했다. 단, 사진은 정말로 짧은 시간 동 안만 스쳐 지나가서 자신이 교수의 사진을 보았다는 사 실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했다. 실험의 결과, 교수의 사진이 화면에 뜬 학생들은 그 렇지 않은 나머지 학생들에 비해 본인의 아이디어를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 교 수의 얼굴을 보았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음에 도 중요한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무의식 적으로 작용해 자신감을 떨어뜨린 것이다. 집단주의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도 이러 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보다 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너무 자주, 너무 많은 스트 레스를 받는다. 결국, 심리적 자유감이 높은 개인주의 문 여러 심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밝혀진 결과가 있 다. 우리 뇌의 행복 버튼은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번뜩 켜 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좇 는 외향적인 사람일수록 행복할 확률이 더 높고, 내향적 인 사람조차도 외향적인 행동을 많이 할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 그렇다면, 한국처럼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여 대인 관계에서의 의리와 정(情)을 중요시하는 사회는 행복에 최적화된 환경이 아닐까? 그러나 모순되게도 한국은 행 복지수에서 늘 최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 트워크(SDSN)가 공개한 ‘2022 세계 행복보고서’에서도 한국은 행복지수 59위라는 처참한 결과를 받았다. 집단주의사회한국에서행복할수없는이유 행복심리학계의 저명한 학자인 연세대학교 서은국 교수의 저서 『행복의 기원』에는 이 모순적 현상이 잘 설 명되어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중요하다’와 ‘좋다’의 의 미를 잘 구분해야 한다. 무언가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그것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뮤지션에게는 마이크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마이크나 있기만 하 면 되는 것은 아니다. 성능이 좋은 마이크여야만 몰입해 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만약 마이크가 계속 지지직거 리거나 노래하는 도중 갑자기 꺼진다면? 뮤지션은 관객 앞에서 돌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즉, 대인관계가 중요하다는 건, 우리가 그만큼 그것 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 사람들이 많고, 만 남이 잦다고 해서 무조건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 다. 그 사람들이 좋고 편한 사람들이어야 하고, 만남이 즐거워야만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의심리학 현장활용실무지식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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