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6월호

그리고 진아는 아버지를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또 혼자 집에 남은 아버지의 행동을 감시 카메라로 관찰한 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잠자는 시간에도 TV를 틀어놓 고, TV가잘나오지않으면불안해한다. 그렇게소통하고 싶지는않지만, 완전히단절되고싶지는않은것같다. 나혼자는못산다 - 마음을나눠야산다 대화하는 것 같지만 사람들과 직접 만나지는 않는 콜센터 전화, 온라인 세상, CCTV는 골 깊은 사람들의 외로움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홍성은 감독은 다들 이 런저런 이유로 혼자 살지만, 또 이런저런 이유로 홀로이 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속내를 무덤덤하지만 온기 있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기 있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진아는 상처받기 싫어 스스로를 가둔 것처럼 보인 다. 사실 혼자 있고 싶지 않지만, 가족들도 사회에서 만 난 사람들도 계속 그녀에게 상처를 줬다. 가족을 방치하고 병에 걸려 되돌아온 아버지에게 도, 그런 아버지에게 모든 재산을 남겨두고 간 엄마에게 도 화를 내지 못한다. 잘못하지 않은 일에도 우선 사과 부터 해야 하는 콜센터 일도 익숙하다. 그런 그녀의 생활을 뒤흔든 건 새로운 사람들이다. 혼자 있기 싫어하는 붙임성 좋은 신입사원 수진과 남자 가 죽은 집에 새롭게 이사 온 성훈은 계속해서 진아에게 말을 붙여, 그녀와 마음을 이어보려 하지만, 진아는 끝내 냉정한 말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하지만 진심이 아니었다. 자신이 입주한 집에서 쓸 쓸하게 죽어간 남자를 위해 장례를 열어주는 성훈의 마 음이 진아에게 닿는다. 결국 진아는 수진에게 마음을 다 해 사과한다. 그리고 자신을 방치한 아버지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그렇게 사과를 하고 사과를 받으면서 무관심한 척 놓아버린 관계들을 하나씩 풀어본다. 단단하게 걸어 잠 그고 닫아 둔 문을 삐죽 여는 순간, 진아는 오래 묵은 마음의 원망을 놓아주는 법을 배운다. 진짜 혼자 사는 삶, 스스로를 책임지는 삶의 길 위에 설 수 있게 된다. 함께 있다고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여 있지만 버튼 한 번에 휩쓸려 내려가 버리는 변기 물처럼,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고 채우고 비우고 채워가면서 살아 갈수밖에없다. 원망으로멀어졌지만, 또단단한구심점이 되어돌아갈수밖에없는가족과의관계도풀어야한다. 그래서 담배 연기처럼 잠시 머물다 가더라도 사람 과 사람 사이에, 마음을 나눠야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 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마음을 놓은 곳에서 마음을 나눠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법 이라는 사실도…. 가슴뭉클가족영화 12선 슬기로운문화생활 “근데사실저도혼자밥잘못먹는것같아요. 혼자잠도못자고, 버스도못타고, 혼자담배도못피우고. 사실저도혼자아무것도못하는것같아요. 그냥그런척하는것뿐이지.”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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