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의 어느 날. 코로나-19 팬데믹(대창궐) 으로 사회 전반이 우울과 불안, 침체의 기운으로 가득하 던 때. 작업복 차림을 한 40세가량의 남성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스스로 미혼의 중장비 기사라고 소개한 그는, 첫눈 에도혈기왕성하고호락호락해보이지않는사람이었다. 그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일방적인 퇴직금분할지급, 사업주가친덫에걸리다 의뢰인은 지인의 소개로 2016. 3. 굴삭기 기사로 한 중기업체에 입사했다고 한다. 입사 당일 사업주와 구두 로 월 급여 330만 원과 시간외수당 지급 등에 합의했으 나 퇴직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몇 달 후 의뢰인은 월급통장을 확인하다가 급여액 표시가 “급여 300만 원”, “퇴직금 30만 원”으로 각각 구 분되어 찍힌 것을 보고, 뭔가 미심쩍은 느낌에 노동청에 문의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별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뭐, 월급 총액은 맞으니…” 하고 지나친 것이 화근이었다. 4년이 지난 최근, 의뢰인은 퇴직하며 퇴직금을 청 구했는데, 회사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실 대부분 의 중기업체에서는 이런저런 사유로 퇴직금을 받는 경 우가 거의 드물다고 한다. 그러나 야생마 기질을 가진 의뢰인은 굴하지 않고, 노동청에 진정해 ‘체불임금확인서’를 받았고, 그것을 근 거로 한 법무사사무소를 찾아가 사건을 위임하고 지급 명령 신청을 했다. 그런데 사업주가 뜻밖의 대응을 해왔다. 법무법인 변호사를 선임해 “근로계약 당시의 퇴직금 지급분할 약 정에 따라 매월 급여와 함께 퇴직금을 분할 지급했다” 고 주장하며, “급여 300만 원, 퇴직금 30만 원”으로 구 분된 통장지출명세서와 매월 급여명세서, 2인의 현직 동 료기사를 포함한 3인의 사실확인서(급여와 퇴직금을 구 분 지급받고 있다는 내용)를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이다. 월 급여를 월급과 퇴직금으로 구분해 일방적으로 지급할 경우, 사업주는 어차피 월급으로 지급될 돈이니 아무런 손해가 없고, 위와 같은 논리로 법에 무지한 중기 기사들의 퇴직금 포기를 유도할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 으며 퇴직금 지급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생계형 중기기사들의 법에 대 한 무관심과 무지를 이용해 사업주가 덫을 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사건이 생각보다 파장 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뢰인 한 사람만이 아 니라, 지금까지 퇴직금 지급을 회피한 수많은 근로자와 현재의 근로자가 포함된 문제라 사업주는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사건의 전말을 모두 파악한 후 의뢰인에게 사업주 와 급여를 책정할 당시, 다른 사람은 없었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퇴직했지만, 자신을 사업주에게 소개한 동료기 사가 같이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근로계약을 할 당시, 퇴직금 분 할약정을 했는지, 급여를 얼마로 책정했는지에 대한 증 명 문제입니다. 모든 여건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어 차피 대응을 안 하면 패소할 겁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내용이 모두 사실이고, 그에 대해 입증할 수 있다면 승 소할 가능성이 충분하니 한번 해 봅시다.” 준비서면제출, “사업주논리는판례에서이미 무효” 주장 먼저 지금까지 사건을 진행했던 법무사에게 연락 해 그간의 자료 일체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자료 중에서 사업주가 현직 기사 2명에게 받았다는 사실확인서가 조 금 이상했다. 내용이 조잡할 뿐 아니라 자필이 아닌 인 쇄된 글자였다. 나는 의뢰인에게, 그 기사들에게 전화해 넌지시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과 관련해 물어보고 녹음 17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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