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위기와 재난, 그 피해는 빈곤층부터 폐지수집 노인들이 노동 강도와 시간에 비해 형편 없는 수입을 손에 쥐는 이유는 단순히 폐지수집이 원래 돈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은 아니다. 작년에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종이상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 폐지 가격이 30% 이상 올랐고, 제지기업들의 영업이익 도 두 배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폐지 수입 노인들이 손에 쥐는 돈은 그대로 였다. 폐지수집상 – 압축상 - 제지기업으로 이어지는 유 통과 이익 구조의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는 수요 급증의 이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폐지 유통업체들은 제지기업이 폐지 매입가격을 주먹구구식으로 정하거나 도매가격을 후려치기 때문에 인상된 가격으로 노인들이 가져오는 폐지를 사줄 수 없 다고 주장했다. 제지기업들은 국내 폐지가 물에 젖어 있 거나 이물질이 많아 수입 폐지에 비해 질이 너무 떨어지 고, 그래서 가격을 높게 쳐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 제지기업들은 이전 해보다 120%에서 많게는 900%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1 수요가 많으니 폐지수집상이나 압축상들의 이익도 이전 보다 증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 의 이익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익 구조의 맨 아래 자리 하고 있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힘없는 노인들 만 이익 구조에서 배제된 것이다. 노인 빈곤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정부조차 극빈층 인 폐지수집 노인들의 노동 및 수입과 관련한 적극적인 대책이 없었다. 정부는 폐지수집 노인 숫자도 제대로 파 악하지 못했다. 결국 열심히 일하는 폐지수집 노인의 수 입이 조금도 늘지 않았던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물론 폐지 가격이 조금 오른다고 폐지수집 노인들 의 빈곤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례는 열 심히 일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우리 사회 빈곤층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사실 청년들도, 중년층도 똑같은 문 제에 직면해 있다. 빈곤은 산업화가 최고조에 도달하고 다양한 방식 으로 부의 창출이 가능해진 지금도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다. 오히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빈곤 인구가 늘 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물가의 상승으로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3월 KBS 대구방송총국의 보도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도를 기획한 기자는 폐지수집 노인 들의 강도 높은 노동을 증명하기 위해 리어카에 GPS(위치정보시스템) 장치를 달고 3주 동안 폐지수집 노인들 을 동행 취재했다. 이를 통해 설득력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 결과를 보도했다. GPS 추적 결과에 따르면 폐지수집 노인 10명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시간 20분이었다. 이들은 13km 정도의 거리를 매일 이른 새벽이나 자정 즈음에 리어카를 끌며 걸었다. 폐지를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끼니를 거르 는 게 보통이었고, 가까운 고물상을 두고도 조금이라도 값을 더 쳐주는 멀리 있는 고물상까지 가곤 했다. 그렇게 번 돈을 시급으로 환산하니 948원이었다. 이것은 2022년 시간당 최저임금(9,160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노인들은 자신이 하루에 얼마를 이동하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지도 몰랐다. 6~7시간 정도 걷는다고 답한 노인도 있었다고 한다. 법으로 본 세상 1) 『서울신문』 2021.2.24.자 「폐지 줍는 노인 ‘도돌이표 가난’」 기사 17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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