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보편성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가난했기 때문에 가난이개인이나가족을평가하는기준이되지않았다. 그러나 국가의 부가 늘고 돈이 흔한 세상이 되면서 경제 수준이 개인이나 가족을 평가하는 잘못된 기준으 로, 누군가를 하찮게 대해도 되는 핑계로 자리 잡았다. 초등학생들은 아파트 거주와 일반주택 거주로, 그 리고 아파트 평수로 친구를 평가하고 어울릴 것인지 아 닌지를 결정하기도 하고, 청년들은 대기업에 다니는지, 중소기업에 다니는지, 또는 자유직업인지에 따라 그 사 람의 능력과 미래를 판단하기도 한다. 일반분양아파트단지에사는학부모들은자녀들을 일반주택이나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보내기 싫어서교육청에새학교를지어달라고요청하기도한다. 이 모든 일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 은 평범한 욕구를 드러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다는 의사와 그들에 대한 무시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 국가인권실 태조사」를 발표했다. 2019년 첫 조사 이후 세 번째 조사 결과였다.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41.8%가 우리 사회 에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차별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47.4%였다. 특이한 것은 인권침해와 차별을 받는 가장 취약한 집단(복수응답)으로 35.6%가 경제적 빈곤층을 꼽았다는 점이다. 그다음으로 장애인(32.9%)과 이주민(22.3%), 학 력·학벌이낮은사람(16.7%) 순이었다. 이조사결과는빈곤을한사람의인격과품성을판 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씁 쓸한현실을보여준다. 흔히 사람들은 가난해지는 이유가 개인이 노력하 지 않고 창의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목격한 건,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열심 히 창의적으로 일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한 푼이라 도 더 벌고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해 도 가난한 이유는 단순히 임금이 높지 않고, 일할 기회 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고, 국가 경제구조가 그들을 돌보 지도, 최우선으로 보호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 곤층은 국가경제가 발전해도 맨 마지막으로 혜택을 보 거나 거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빈곤이사라지지않는 세상에서 공존하려면? 몇 년 전에 한 청소년 독서모임으로부터 빈곤에 대 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청소년들에게 빈곤에 대해 얘기할 때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글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아이들 중에 가난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쓴 내용은 가난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고 돈이 많고 없고에 상관없이 좋 은 시민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좋은 시민이라면 자신이 부유층이든, 중산층이든, 빈곤층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특히 가난한 사람이 편견 이나 차별을 받지 않고 권리를 누리며 사는 공존의 사회 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가난해지는, 다 시 말해 노동에 대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회 구조를 지적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빈곤층이 나 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을 능력 없다 탓하지 않고, 적 어도 그들이 일한 만큼은 정당하게 대가를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그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사회적 투자와 정책이이뤄지는지감시해야한다. 그것이함께사는안전 하고행복한사회를만드는길이다. 빈곤이사라지지않는 세상에서우리가진지하게생각할건결국공존이다. 법으로본세상 21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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