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8월호

조한산 법무사(경기중앙회) 부모들은 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린애 같 다고 생각한다. 구순 노인에게는 70대 아들도 아이처럼 느껴져서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이 부모의 정인 것이다. 지난 일요일, 늘 바쁜 큰아들이 “이제부터는 부지런 히 가시고 싶은 곳, 후회 없이 다녀야 할 연세”라며, “평소 말씀하시던 전국에 산재한 출렁다리를 구경가자”고 제의 하였다. 토요일은 여행 갔다 돌아오는 사람들로 교통 정 체가 심하니 일요일 오후에 출발하는 게 좋겠단다. 그 말 을 들으니 아들이 이제야 철이 들었나 싶어 내심 기쁘고 고마워 선뜻 따라나섰다. 목적지는 청양군 칠갑산 자락의 어느 저수지 출렁 다리.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가뭄으로 호수의 물도 줄어 들어 큰 감동은 없었다. 그러나 호수 주위 산책로를 걷는 재미는 일품이었다. 다음 목적지인 예당호로 향했다. 낚시터로 유명한 곳이라고는 들었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호수의 규모가 매 우 넓고 광활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큰 호수가 있었구 나!’ 감탄했다. 명색이 충청도 출신인데, 같은 충남의 이런 명소를 몰랐다니 ‘등하불명(燈下不明)’이 따로 없었다. 광활한 호수를 따라 조성된 둘레길과 호수 일부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위를 걷는 묘미가 쏠쏠했다. 일요 일 오후라 관광객도 많지 않아 호젓하고 세심히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런 호사가 어디 있으랴. 두 곳을 다니고 나니 배가 출출해져 인근 가게에서 도토리묵과 막걸리로 목을 축이니 천하의 별미다. 이윽 고 날이 저물어 저녁 8시 정각 시작하는 야간 쇼를 구경 했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에 맞춰 아이돌 춤을 추는 손자들과 함께 오랜만에 노구(老軀)를 흔들어 본다. 흥은 여전한 듯하지만, 육체는 날렵하지 못해 어린 손자 녀석 보기가 어쩐지 민망하다. 그러나 음악에 몸을 싣고 리듬을 타본 지가 얼마 만인가. 수십 년은 족히 흘러간 듯 기억이 감감하다. 옛 성인들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갈파했는 데, 나는 이제 70대 후반이니 이만하면 족하지 아니할까.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으니 요즘 나이로는 아직 초중 년이라는 말에 동의하며, 하나님이 허락해 주신다면 80이 넘어서도 다시 와 흔들어 보면 좋겠다, 욕심을 부려 본다. 아들아, 어쩐 일이냐. 바쁜 일상 중에도 이렇게 호사 스러운 관광을 시켜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이제 기회 있 을 때마다 자주 동행하자. 그 대신 오늘처럼 막걸리와 도 토리묵은 내가 사 줄게. 그리고 아이들과 동행해준 며느리도 고맙다. 며느리 와 시어머니 사이에는 영원히 풀지 못하는 벽이 있다는 데, 오늘만큼은 서로 기뻐하며 어울려 주는 것이 마치 엄 마와 딸처럼 느껴져 더더욱 고맙다.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보자. 문화路, 쉼표 법무사가 쓰는 수필과 시 아들의 소풍 제안 68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