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8월호

세대유전 2080 명곡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 연인들에게 권태기는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되는 복병과도 같다. 사귄 기간이 오래된 커플일 수록 축적돼 있던 싫증과 나른함은 조금씩 각자 의 영혼 없는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무뎌진 감정은 관계를 아슬아슬하게 잇는 낡아 빠진 끈에 불과하다. 연애 초반의 열렬함을 회복하려면 특별한 이벤트나 굳건한 다짐이 필 수다. 연인 사이에 무신경한 상태가 계속되면 그 들은 결국 이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가사의 일상성, 권태기 연인들의 속마음 묘사 그룹 015B의 세 번째 정규 앨범 『The Third Wave』에 수록된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권태기에 접어든 연인들의 속마음과 메마른 생 활을 적확하게 묘사한다.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 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 하지”,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 고 생각을 하지” 등의 가사는 애정이 한참 식었음 에도 늘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오래된 커플의 일상성을 표현한다. 감정이 삭을 대로 삭은 연인의 심리를 꿰뚫 은 간결한 문장은 동시대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 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더해 노래는 몰 래 다른 사람을 만나고 헤어짐을 준비하는 모습 도 살짝 묘사한다. “가끔씩은 서로의 눈 피해 다른 사람 만나 기도 하고 자연스레 이별할 기회를 찾으려 할 때 도 있지”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의 눈을 피해 다른 이 성과 썸을 타다가 마음이 통하면 이른바 ‘환승 이별’을 하는 사람들, 애인에게 있었던 호감이 싹 증발해서 평소 못마땅했던 점들을 기억해 뒀다 가 어느 순간 이별의 촉매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는 것을 넌지시 내비친 것이다. 결별을 통보받는 당사자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극단 적인 결과에 대한 언질은 듣는 이들에게는 흥미 롭게 여겨질 만했다. 노래는 단지 아슬아슬한 국면만을 그리지 는 않는다.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레임을 찾 는다면 우리가 느 낀 싫증은 이젠 없는 거야”라며 명료한 해결책 도 제시한 다. 초심으 시대를 초월해 공감받는, 연애 스케치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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