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8월호

그여름, 그시절의그리움 「남매의 여름밤」 남매의여름방학, 할아버지집에서의기억 옥주(최정운)는 남동생 동주(박승준), 이혼한 아 빠(양흥주)와 함께 여름방학을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다. 가짜 신발을 파는 아빠의 돈벌이가 잘되지 않아서 인 것 같지만, 낡고 작은 집을 떠나 2층 양옥집에서 사 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 건강이 나빠진 할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고모(박현영)까지 집으로 들어오면서 그 여 름의 그 시절이 시작된다.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은 그 제목처럼 남 매가 겪는 여름 한 철을 무덤덤하게 담아내는 영화다. 영화에는 두 남매가 나온다. 아빠와 고모, 그리고 옥주 와 동주 남매다. 할아버지 집에 모인 어린 남매와 이혼 한 남매는 가끔 토닥거리지만 다시 서로를 위한 든든한 가족이 된다. 윤단비 감독은 문득 그리워 지는 시간, 별것도 없는데 아련 해지고야 마는 우리의 어 떤 시절을 상자 안 에 가득 담아 관객들 앞에 툭 던진다. 그 속에 는 아주 많은 것이 담겨 있 최재훈 영화평론가 · 칼럼니스트 어떤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나의 덩어리로 기 억되는,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상자 속 인형처럼 시절 은 기억이라는 상자에 담겨 어딘가에 살아 있다. 쫓기듯 떠나온 집과 눈치 보며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쓰린 아픔도 기억이라는 상자에 담기면 폴짝 뛰 어들고 싶어질 만큼 폭신폭신하고 몽글몽글한 감각으로 남는다.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 납작하게 웃던 할아버지 도, 염치라는 것 때문에 괜찮지 않았던 시간들도, 좋아 하는 마음보다 더 큰 창피함에 달아났던 언덕의 가쁜 숨 도, 그리움이라는 단어로 쓱 뭉개버릴 수 있는 것이 마 법 같은 단어, ‘시절’이다. 가슴뭉클가족영화 12선 「남매의여름밤」 (2019) - 감독 : 윤단비 - 출연 : 최정운(옥주역), 양흥주(아빠역), 박현영(고모역), 박승준(동주역), 김상동(할아버지역) - 볼수있는곳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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