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작은텃밭에서따올린고추의질감, 입안에서톡터지 던 방울토마토의 식감, 둥그렇게 등 돌리고 앉았던 어깨, 머리카락 위로 피어오르던 담배 연기, 어려서 어리석었던 실수들이마치내이야기처럼스며든다. 답답하고 싫지만 미워하진 않았던 가족과 언제나 많이 부족해 보이는 나 자신이 그 속에 있다. 어쩌면 그 시절을 피해 달아난 것은 우리 자신이지만, 그곳에 동그 마니 남은 것 역시 우리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린남매의성장, 늙은남매의살아보는이야기 가족이라는 화두에는 어쩔 수 없이 오래 묵은 군내 가 난다. 그래서 미간을 찡그리게 되지만, 다시 찾게 되는 묘한 맛의 발효음식 같다. 지긋지긋하지만 기억이라는 덩 어리 속에는 묘하게 그리움이 담긴다. 달아났던 것 같은 데 어느새 다시 돌아와 있는 그 덩어리는 멀리 던져 버렸 다고생각했는데어느새내손에쥐어진부메랑같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기억에는 보들보들 정서적 위 안이 되는 복숭아 껍질 같은 촉감이 남겨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남매의 여름밤」은 삶과 죽음, 염치와 현실 사이의 이치를 알아가는 어린 남매의 성장 영화이면서 제 삶 하 나 제대로 어쩌지 못하는 늙은 남매가 그럼에도 살아보 는 이야기이다. 아빠와 고모 남매를 보고 있으면 옥주와 동주 남매의 미래처럼 보인다. 감독은 결핍은 있지만 평범한 두 남매 사이에 가족 의 ‘죽음’을 덤덤하게 녹여낸다. 사실 누구에게나 이번 생은 처음이라 어른이 된다고 더 나아지거나 더 좋아지 는 것은 없다. 삶은, 그리고 갑자기 맞아야 하는 죽음 앞 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서툴고 어색하다. 그시절에대한그리움, 그리움에대한기억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하지 않은 것 같은 연출, 하지 않은 것 같은 연기 그 자체다. 특별하지 않게, 딱 바로 내 가족, 내 이웃처럼 보이는 배우들은 기본적 으로는 선량하지만 딱 그만큼 이기적이고, 또 그만큼 어 리석은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그래서 그들의 여름은 맑지도 어둡지도 않은 색감 처럼 특별한 기승전결 없이 흘러가는 단편의 덩이다. 무 덤덤한 일상 속에 가끔 사랑의 설렘과 가족의 죽음이 끼 어들지만삶은휘청대는법없이무덤덤하게흘러간다. 철없는 삶과 덧없는 죽음 사이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그리움인지, 그리움에 대한 기억인지 영화는 묻 는다. 결국 되돌아와 의지하게 되는 할아버지의 집처럼, 우리의 과거는 단단하고 낡은 집처럼 아늑하고도 아득 하게 우리의 마음에 벽을 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낡은 집을 떠나 할아버지 집으 로 들어가는 승합차를 카메라가 훨씬 앞서 달린다. 주인 공들은 카메라를 쫓아가지 못하고 뒤처진다. 어쩌면 허 덕대며 뒤쫓거나, 헐떡대며 달아나려 했지만, 시간보다 한 발짝 늦었던 그 시절의 나처럼 보인다. 가슴뭉클가족영화 12선 슬기로운문화생활 옥주 : 저번에누나가때려서미안해. 동주 : 우리가싸운적이있었나? 잘기억이안나네.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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