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8월호

90 몇 해 전의 일이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았는데, 대학생 딸이 지난밤 서울 친구와 통화한 내 용으로 언짢아했다. 그 친구가 “너희 집은 좋겠다. 창문만 열어도 바다가 보이니까.”라고 했단다. 서울에 서 보면 서울이 아닌 지역은 모두 지방이고, 부산도 집에서 방문만 열면 어디든 바다가 보이는 바닷가 라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딸은 부산에 대한 서울 사람의 그와 같은 취급에 무척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서울 이외의 지역을 모두 “지방(地方)”이라고 하는 것을 보 니 그 친구의 말이 맞는구나. 그런데 딸의 언짢은 기분은 ‘지방 촌사람’이라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부 산에 살아도 촌사람이란 말인가?’ 그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 예전에 필자가 근무했던 직장의 한 상사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장을 와서는 “부산은 말만 큰 도 시지, 뭐 문화시설이나 그런 게 뭐가 있어? 그래서 부산사람들이 무식하게 보여.”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런 행태는 지금도 비슷하다. 왜 서울 사람들은 서울 아닌 지방과 지방 사람들을 무조건 내려다보는 걸까? 이런 의식이 지배하는 환경을 조장한 데에는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방면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취업 면접에서 불리하다 하여 부산·경남 출신 청년들은 사투리 발음교정을 받으러 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기도 하지만 지방시대이기도 하다. 해외여행을 나가보면 그 나라 수도에서만 볼거리를 찾으면 다양성을 경험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것을 보고 경 험했을 때, 지나고 보면 ‘그 나라가 아름다운 나라구나’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진부한 말이겠지만 지방의 다양성과 특성을 존중하는 것이 문화적 다양성과 나라 전체를 더욱 발 전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다. 유독 우리만 서울과 지방이라는 구분으로 지방 사람들에게 자괴감이 들게 하고 있다. 이래서는 계속 서울과 수도권의 집중화만 부채질하고, 획일성과 몰개성만 조장할 뿐 나라 전 체가 균형 있게 공존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서울과 지방을 구분하고, 차별하기보다는 각 지방이 특색있는 도시와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어느 지방을 방문했을 때 ‘아, 여기에 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도록 한다면 지 방에 사는 것이 오히려 자랑스럽지 않을까? 그런 세상이 어서 오기를 희망해 본다. 윤평식 법무사(부산회) · 본지 편집위원 편집위원회 LETTER 지방에서산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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