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6살 딸아이는 아빠가 가장 좋을 때가 무등을 태워줄 때라고 한다. 아빠랑 같이 있으면서도 걷지 않아도 되고, 아빠 어깨 위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어 업히는 것보다 좋다 는 것이다. 나 역시 어깨에 느껴지는 묵직함으로 딸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고, 맞잡은 손을 통해 노느라 바쁜 딸의 체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좋다. 어린 시절 무등을 탔던 아버지의 어깨와 등을 내가 기억하 고 있듯이, 딸아이도 훗날 나의 어깨와 등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런 이유로,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내거나 키가 작아 멀리 볼 수 없을 때, 혹은 지쳐서 걷기 힘들 때, 길이 험해 혼자 걷기에 무리가 있을 때 등 여러 핑계로 딸아이가 나의 어깨를 빌리려 할 때 나는 힘들 줄 알면서도(무럭무럭 자라 사실 좀 힘들긴 하다) 기꺼이 딸 앞에 쪼그려 앉아 어깨를 내어준다. 무등을 타고 태우는 행위는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무등을 타는 자는 태우는 자에 대해 의지(依支)하고 기대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무등을 태우는 자는 타는 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意志) 와 각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달 「화제의 법무사」란을 위해 여러 법무사님을 만나고 인터뷰하다 보니 공익활동에 대한 마음 가짐과 법무사로서의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졌다. 나의 작은 도움이 상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 고, 해맑게 웃는 얼굴 속에 도움을 청하는 신호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직은 법률전문가라 칭해지는 우리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도 많고, 경제적으로 비용을 감당할 능 력이 없어 어려움이 있어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앞으로 걸어가야 함에도 자갈밭을 걸을까 두려워 선뜻 걸음을 내딛지 못하거나, 어두운 길을 밝힐 불빛이 있음에도 보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건네 고 싶어진다. 가지고 있는 고민의 크기가 어떻든 자유롭게 법무사 사무소 문을 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법 무사의 위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아질 때, 우리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의뢰인과 법무사가 서로 신뢰하여, 법무사는 기꺼이 어깨를 내어주고, 의뢰인은 고민 없이 그 어깨 에 기댈 수 있는 시절이 오기를 빌어본다. 이경록 법무사(강원회) · 본지 편집위원 편집위원회 LETTER 무등을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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