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0월호

이동통신에 대한 범죄수사 목적의 감청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나마 대화의 당사자들이 대화의 내용을 녹음하는 방법은 우리나라의 법질서 유지에 매 우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한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지 대화의 당사자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녹음하면 처벌하게 하여야 한다고 주 장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동의없는녹음의공개·전달·유포행위, 이미 「형법」으로통제가능해 동의 없는 녹음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게 되면, 뇌물 요구나 부당한 명령·지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한 성 적 접촉 강요 등에 대한 피해 당사자의 증거 확보가 거 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부동의 녹음 처벌에 관한 법 률안을 제출한 측에서는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촬영은 불법인데, 불법 녹음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 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6 하지만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른 불법촬영 처 벌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경우에 한 한다. 불법촬영에 비견할 수 있는 불법녹음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불법의 정도가 같은 내용을 대상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음성을 녹음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녹음한’ 행위를 처 벌하자고 한다면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대화 의 내용을 녹음하는 행위는 일단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 지않는다. 예를들어대학에서강의를하는사람들은학 생들이 자신의 강의를 녹음하는 일을 다반사로 경험하게 될텐데, 그자체로서는어떠한문제도되지않는다. 혹시 문제가 된다면 녹음한 내용을 전달·공개 또 는 유포할 때 비로소 불거지게 된다. 학생들을 심하게 모 욕하면서 갑질을 하는 교수가 있었는데, 그 내용을 녹음 한 학생이 이를 공개하면서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그 교수는 해당 학생을 명예훼손죄 혐의로 고소하였다. 녹음 자체는 상대방이 모르고 있는 한 어떠한 문 제도 안 된다. 상대방의 기분이 나빠질 수도 없다. 모르 는데 어떻게 기분이 나빠질 수 있겠나. 누군가와 이야기 를 하였다면 그 상대방이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말 을 한 것인데, 그 대화 내용을 상대방이 잘 기억하기 위 해서 녹음을 해 두는 일이 왜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이 해할 수 없다. 본인 스스로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녹음한다고 해서 정보자기결정권 침해도 아니다. 비동의 녹음 처벌법 찬성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통화 내용 녹음이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이를 공개해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그러니까 녹음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이를 공개하거나 전달하거나 유포하는 행위가 문제가 될 뿐이다. 그런데 대화 녹음을 공개·전달·유포하는 행위가 문 제 될 경우, 이에 대해서는 이미 처벌규정이 마련되어 있 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 규정이 그것이다. 이 규정이 모든 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같은 법 제 310조에는 사실의 진실성과 공익성을 내용으로 하는 위 법성 조각사유도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통제할 수 있는 적합한 방도가 엄연히 존재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화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을 처벌하자는 주장은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 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입지 를 지키기 위한 목적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그래서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원천봉 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4) 협조의무불이행에대한제재규정마련노력이 15년이상계속되고있지만어느정당이집권하건항상야당이반대해서성사되지못하고있다. 5) 2005년에있었던국가정보원도청사건이후수사기관이보유하고있던이동통신감청장비가모두폐기된것으로알려져있다. 6) 이재훈, 「‘동의없는통화녹음처벌법’ 강행하는윤상현... 갑질과공익제보는?」, 한겨레신문 2022.9.7. 주목! 이법률 25 법으로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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