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0월호

정의 첫걸음은 바로 ‘불안의 쓸모를 인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우리의 몸과 뇌는 오랜 시간을 거쳐 진행되어온 진화 의 산물이다. 인류가 지금처럼 문명사회 를 이룬 건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 로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매일같이 맹수나 다른 부 족에게 공격당할 걸 대비해 최대한 방어 태세를 갖추며 살아야 했다. 우리의 불안은 그때의 습성을 그대 로 이어받은 탓이다. 즉, 불안은 우리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더 빨 리 대응하도록 만들어주는 고마운 감정 이다. 불안을 잘 느끼는 성격이라면, 그 것대로 장점이 있다. 마감이 닥쳤을 때 갑자기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거나, 혹 시나 결혼기념일을 까먹을까 봐 달력에 꼭 적어두고 알람 설정까지 해 놓는다든 지, 이 모든 일은 ‘불안’이라는 감정이 없 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불안감이 치솟을 때면, 강제로 억 누르려 애쓰지 말자. 불안은 위험 상황 을 알리는 사이렌과도 같은 존재다. 억지 로 무시하고 꺼버리려 하면 오히려 더욱 가동되어 “경고! 경고!”를 외치며 시끄럽 게 머릿속을 울리기 마련이다. 그 대신, 이 감정은 내가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라는 뇌의 적응적인 기능이 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티베트의 유명한 불교 지도자, 욘 게이 민규르 린포체는 심각한 불안장애 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내면의 평화를 찾았다고 한다. 그 비결은 불 안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포용해야 함을 깨달은 데 있었다. 이제는 불안감이 느껴지면 오히려 두 팔을 벌리고,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Hello, panic. Welcome!(안녕, 불안아. 환영해!)” 불안의뿌리를뽑자, 인지행동치료의 2가지기법 불안 척도를 통해 자신의 불안을 직면했다면, 이제부터 불안을 어떻게 잘 다스릴 것인지 알아야 한다. 인지행동이론을 토대로 불안 을 잠재우는 기법에 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인지행동이론은 우리의 감정, 생각, 행동 중 ‘생각’에 초점 을 두어, 왜곡되거나 비합리적인 생각이 심리적인 문제를 발생시킨 다는 관점이다. 인지치료 요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신의학자 에런 벡은 “어떠한 사건 자체가 감정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그 사건이 어 떻게 인지되느냐가 감정을 일으킨다.”고 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긍 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 다. 인지행동치료 기법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지는 사고방식을 인 식하도록 하여 이를 변화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인지행동치료 기법 중 ‘수직 화살 기법(vert ical arrow technique, Burns, 1993)’은 불안 치료와 관련되어 있다. 수직으로 내리꽂는 화살처럼 표면적인 감정을 파헤쳐 그 안의 근본적인 생각 들을 끄집어내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곧 있을 클라이언트 PT로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라 고 가정해보자. ‘클라이언트의 예리한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제 대로 못 할지도 몰라.’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불안해서 잠을 못 자고 있다면, 수직 화살 기법을 통해 지금 겪고 있는 불안의 핵심 적인 생각을 찾아낼 수 있다. 모든 단계마다 꼬리를 잡고 왜 그 생각 이 나를 불쾌하게 하며,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스스로 물어보는 방식으로 말이다.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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