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0월호

자의 대척점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혼 역시 결혼 이야기 속 일부이며, 이혼이 결혼의 종지부가 되는 것도 아니라 고 이야기한다. 노아 바움백은 한 지붕 아래, 각기 다른 하늘 아래 에서 각자의 삶을 되찾으려는 남자와 여자를 바라본다.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구심점을 두고 돌아가는 회전 목마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만나지 못한다. 사랑했던 기억은 사라졌고, 불안한 현재 속에 두 사람의 시간은 뉴욕과 LA의 거리와 날씨만큼이나 다르 게 흘러간다. 각자 다른 기억과 바람은 빈틈이 되어, 삶 의 공허함을 키워간다. 그리고 사랑의 기억은 뚝 멈춰서 는 순간 현실을 각성하게 하는 놀이기구처럼 삶에 균열 을 만든다. 같은 시간을 지나고 공유하면 함께 있는 거 라 생각하지만, 명쾌한 답이 없는 각자의 기억과 태도는 두 사람을 다시 갈라놓는다. 거리, 상실의기억 영화의 도입부, 컨설턴트는 이혼을 중재하기 위해 각자의 장점들을 기록하고 그것을 읽어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제법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처럼 보인 다. 하지만 각자의 이익을 챙겨야 하는 이혼 소송이 격해 질수록 달라진다. 소송에서 각자 유리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 가장 극 악한 방법으로 서로의 단점과 자신의 불행을 끊임없이 나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남편은 각자의 삶을 지 키기 위해 상대방이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를 계속 증명해야 한다. 미래를 나누며 함께 살아가고 싶을 만큼 사랑하지 는 않지만, 가치 없는 사람으로 평가절하할 만큼 서로를 미워하진 않는다. 어느 순간 어긋나버리긴 했지만, 상대 방이내인생의최악은아니다. 한때사랑했고, 한때모든 것을 걸었고, 또 한때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 이라 믿었다. 하지만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에 대 한연민과또그만큼의증오가거미줄처럼얽혀있다. 사랑했던 기억을 잊어버리고, 상실을 기억하는 사 람들의 이야기는 쓸쓸하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남녀의 이야기도 현재 속에서, 그 결혼이 끝나는 과정도 현재 속에서 바라본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비열한 방식으 로 서로를 공격했다는 죄의식과 더 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사이의 줄다리기가 끝난 후 남은 것이 상처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연민과 이해라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혼한 뒤, 자식을 함께 양육하는 방식을 통해 니 콜과 찰리는 만남을 이어간다. 그리고 아이를 안고 있는 과거의 남편을 위해 풀린 운동화 끈 정도는 묶어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노아 바움백은 해피엔딩을 위장하 는 흔한 방식 대신, 각자의 시간을 따라 두 갈래로 나뉜 두 개의 삶이 그래도 이어지는 현재를 응원한다. 사랑을 잊고, 상실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보 다 더한 위안은 없을 듯하다. 가슴뭉클가족영화 12선 슬기로운문화생활 “형사변호사들은 악당의가장좋은점을보고, 이혼변호사는 착한사람의최악을본다고하잖아요.”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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