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1월호

ISSN 2233-4688 11 2 0 2 2 vol. 665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승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2년 11월 5일통권제665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더블루랩 일러스트 이정윤 정기간행물등록 1965년 5월 7일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강남구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daum.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민 곁에 125년, 생활법률 전문가 법무사史 독일성년후견제연수참가기념서적및신주(2010.1.16.~26.) 우리협회는 2013년성년후견인제도의시행에대비하여그이전부터성년후견제에대한연구와법무사 후견인양성기관설립등의준비를진행해왔다. 민간에서도 2009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26개 단체가 연대한 ‘성년후견제추진연대(이하 ‘추진연 대’)가구성되어성년후견제입법추진활동을해왔는데, 당시우리협회에서도외부정책위원으로김인숙 법제연구위원이참여하여연대활동을벌였다. 2010년 추진연대에서는 성년후견제도를 선행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독일에서 9박 10일 일정의 연수를 계획한바, 김인숙연구위원도연수단에합류하여독일의선진적인후견제도를견학하고돌아온바있다. 위자료는당시김인숙연구위원이독일에서연수참가를기념해구입해온성년후견관련서적과독일법 원이그려진신주. 11월 커버스토리 03

‘행복한우리집’ 지키기, 법무사가함께합니다 04

대한법무사협회-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사기근절’ 업무협약체결(2022.10.20.) HUG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법무사의 전세피해 관련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81명의 법무사가 지원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세피해지원센터법무사상담 •상담시간 10:00~17:00(점심 12:00~13:00, 주말·공휴일휴무). •위치 서울시강서구화곡로 179, 대한상공회의소기술교육센터 2층 •문의 1533-8119(콜센터), 02-6917-8119 05

Contents 법으로본세상 10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도박채권 이행권고결정에 대한 청구이의소송 사건 (2020. 서울서부지방법원) 16 변화를 넘어 미래를 향해 _ 식량 위기의 극복과 먹거리 자급력 확보를 위한 노 력과 법적 과제 22 주목 이 법률 _ 「실종성인의 소재 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의 주요 내용과 입법과제 26 법률고민상담소 _ 민사집행, 민사, 가사 분야 30 최근 시행법령 _ 「국적법」 일부개정(2022.10.1. 시행) 등 91 내가 만난 법무사 _ 신혜주 법무사(경기북부회) 2022년 11월 vol. 665 22 80

현장활용실무지식 48 맞춤형 최신 판례 요약 _ 2022.7.28.선고 2017다16747, 16754판결 등 52 나의 사건수임기 _ 보수 추후지급 약정 본안소송 승소 후 소송비용확 정 신청사건 58 신(新) 기업컨설팅 사례연구 _ 회사 관련 지방세에 관한 컨설팅 66 행복의 심리학 _ 메타인지를 활용한 셀프 고민 해결법 법무사시시각각 32 이슈와 쟁점 _ 스토킹 범죄의 실효적 방지를 위한 「스토킹 처벌법」 의 개선 과제 36 발언과 제언 _ 위탁자지위이전등기, 실무에서 외면받는 3가지 이 유 42 화제의 법무사 _ 30대에 합동사무소·컨설팅그룹 대표로 성장한, 원호용 법무사 46 최근 공제사고 사례 _ 법무사의 조언·설명 의무 위반 손배소송액에 대한 공제금지급소송 항소심 판결 선고(2016.12.9.) 슬기로운문화생활 70 문화路 쉼표 _ 「회초리 단상」 72 세대유전 2080명곡 _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 74 가슴뭉클 가족영화 12선 _ 「원더」 8·76 콧바람 하루여행 _ 경기도 광주 ‘화담숲’ 동정·등록 80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86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0 편집위원회 레터 _ 걷기 예찬 42 76 74

콧바람하루여행 08

경기도광주 ‘화담숲’ 11월, 가을이깊어지면화담숲은세상의모든단풍을품어주는가을숲으로변신한다. 알록달록눈부신단풍숲속을누비는모노레일을타고바라보는단풍길도근사하지만, 오솔길을따라걷는단풍나무터널숲에선감탄이터져나온다. (p. 76에이어) 글·사진 / 민혜경 여행작가 09

도박으로돈번사람은없다, 왜그런줄아십니까? 유병일 법무사(서울서부회)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법무사가실제수임한, 이시대민초들의생활사건이야기 도박채권이행권고결정에대한청구이의소송사건(2020. 서울서부지방법원) 10

최근 유명 연예인의 마약중독 사실이 밝혀지며, 세 상이 떠들썩했다. 마약중독이 무서운 건 단 한 번이라도 일단 손을 대면 끊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인데, 그런 것 으로 치면 도박중독도 만만치 않다. 필자에게는 속칭 ‘하우스’라는 도박장에서 도박과 관련된 일을 하다 문제가 생겨 찾아오는 의뢰인들이 종 종 있다. 이들의 세계에서는 채권·채무 관계에서 법적 관 념이란 아예 무시되기 때문에 대여금에 대한 이자가 상 당하고, 채권자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돈도 빌리는 사람이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하우스 에서도박하는상대방에게직접송금하는식이기때문에 실제채무자의통장에는대여금이입금된기록이없거나, 통장이압류되어사용하지못하는경우도태반이다. 또, 소송을 진행해도 대응을 하지 않아 몇 년이 지 난 후에야 소송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 부분이다. 그러니까 법원 서류를 받고도 내용을 확인하 지 않아 무변론으로 판결이 확정되는 것인데, 이런 경우 는 재심사유가 없으면 구제 방법이 없어 문제가 된다. 도박판에서속칭 ‘꽁지돈’ 빌렸다통장압류 몇 년간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했다는 K씨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의뢰인이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 고 보니 자신의 통장이 압류되어 있었다는데, 사실은 이 미 통장 압류 사실을 알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사회 복귀에 문제가 생기자 해결에 나섰다는 표현이 보다 정 확할 것이다. K씨는 자신의 통장이 압류된 것은, 아마도 하우스 에서 ‘꽁지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한 일 같다고 했다. 하 우스에서 도박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을 ‘박장’이라고 하는데, 그 박장에게 빌린 돈을 속칭 “꽁지 돈”이라고 한다. K씨는 “소송을 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압류가 가 능하냐?”면서, “정신을 차리고 살아보려고 해도 통장이 압류되어 있어 취직도 못 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 하다”며 하소연을 했다. 어떻게든 중독에서 빠져나와 사 회에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의뢰인을 돕지 않을 수 없 으니, 우선 은행에서 사건번호를 확인한 후 법원의 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문을 발급받아 오라고 일렀다. 그리고 며칠 후 K씨가 건네준 압류 및 추심명령 결 정문을 살펴보았는데, 법원이 이행권고결정을 통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행권고결정이라면, 방법을 찾을 수 있겠네요.” 불안해하는 K씨를 일단 안심시킨 후 이행권고결정 문을 발급받아 살펴보았다. 사건인즉슨, 하우스에서 그 가 꽁지돈 쓴 것을 대여금으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법원이 이행권고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도박에 정 신이 팔려 무슨 서류인지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사이에 그도 모르게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던 것이다. 소장에 첨부된 증거는 좀 부족해 보였지만, 어떻든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만일 이행권고결정이 없었다면, K의 상황으로 보건대 무변론 으로 확정되어 다툴 방법이 없을 뻔했기 때문이다. K씨는 하우스에서 꽁지돈을 빌렸고, 채권자가 직 접 K씨와 도박을 한 상대방에게 돈을 송금한 상황이라 그가 돈을 빌렸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K씨는 돈 이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되지 않아 자신이 정말 도박장 에서 빌린 꽁지돈인지, 자신과는 무관한 돈인지 잘 모르 겠다고 했다. 필자는 이행권고결정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제 기하자고 제안했다. K씨도 “법무사님, 조언에 따르겠다” 고 했다. ‘이행권고결정’이라니해볼만하다, ‘청구이의의소’ 제기 필자는 재빨리 청구이의 소장을 작성했다. 이행권 11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고결정은 집행력만 있고 기판력이 없어 청구이의의 사 유에는 제한이 없다. 그래서 이행권고결정에 대한 청구 이의 방법에 대하여 명백하게 기술했다. 이행권고결정 전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재판부에서 그 적법성에 대해 기술 할 것을 권고, 재판을 지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구원인에서는, 원고인 K씨에게 직접 송금된 돈이 아니라 그와는 무관한 돈이라는 사실을 주장하면서, 의 뢰인의 통장에 입금된 돈도 아니고, 차용증도 없으니 원 고도 잘 모른다고 하였다. 그러나 만약 관련이 있다면 도박 현장에서 빌려준 도박자금으로서, 이는 ‘불법원인급여’라고 주장하였다. 당시 K씨는 특별하게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도박장 아니면 돈을 빌릴 곳도 없었다는 이유도 달았다. 대법원은 “도박채무 부담행위 및 그 변제약정이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 어 무효”라는 태도이므로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그간 의 재판 경험을 유추해 보자면, 도박채무 등 불법원인급 여 주장은 형사판결 등 명백한 증거가 없는 경우, 잘 인 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도박채권 등 불법원인급여는 형사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민사재판에서 「형법」 상 구성요건 해당 사실을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 원의 태도가 아닐까 한다. 「형사소송법」 제234조제2항에서는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 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도박채권’이라는 것 을 인정한다면 원칙대로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의 문 제도 있다. 실제로 필자도 재판 중 명의신탁을 주장했다가 법 원에서 직권으로 통보하여 과징금을 부여받았는데, 담 당관청에서는 “법원 통보로 부과된 것이니 자신들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며 해결책을 상담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 재판하다 도박채권이라는 주장을 하자 법원 에서 형사처벌을 감수하고 계속 도박채권 주장을 할 것 인지 판단하라고 했다며 상담을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K씨의 경우에도 ‘도박채권’이라는 주 장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K씨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자신은 도박채권 주장에 전혀 부담이 없으니 개의치 말라고 하였다. 약간 망설여졌으나 K씨에게 도박자금을 대여한 사 람은 고령의 노파로, 조직폭력배가 깡패들처럼 사적 보 복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하에 소송을 진행키로 하 였다. 어떻든재판부는 대여금을 ‘도박채권’으로인정, 승소! 얼마후청구이의소장을송달받은피고가 K씨에게 항의 전화를 했다. 이후 답변서가 제출되었는데, 그 작성 자가공교롭게도필자사무소근방에있는법무사였다. 12

답변서를 보니 피고 측 법무사의 괴로운 마음이 느 껴졌다. 피고가 대여한 돈이 ‘도박채권’이라는 점을 피해 애써 항변했으나, 근본적으로 ‘도박채권’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필자는 다시 K씨의 위임을 받아 준비서면을 작성 했다. 차용증도 없고, 원고에게 직접 입금한 적도 없는 데,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입금한 기록으로 ‘대여 금’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여금’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것은 ‘도박채권’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그 근 거로서 도박장의 금전대여 방식에 대해 소상하게 밝혀 놓았다.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얼마 후 변론기일이 되었다. K씨가 참석한 법정에서 재판부는 피고에게 대여금의 송 금경위, 즉 차용증도 없이 3,000만 원이라는 큰돈을 송 금한 경위와 원고에게 직접 송금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도박채권’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K씨의 전언에 따르면, 피고는 재판부의 요구에 구 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고, 변론은 그 1회로 종결되었 다. 얼마 후 판결문이 도착했는데, 역시나 결과는 원고 승소! 필자는 이행권고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는 주문보다는 재판부의 판결 이유가 더 궁금해 재빨리 판결 이유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의 ‘도박채권’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명백하게 다투지 아니하므로 「민사소송법」 상 ‘도박채권’으로 본다”는 취지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며, 피고의 대여금이 명백하게 ‘도박채권’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항소 가능성이나 형사처벌 문제, 피고가 고령의 노파인 점을 고려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어떻든 승소는 기쁜 일. K씨에게 연락해 승소 사실 을 알렸는데, “네, 그렇군요. 알았습니다.”라며 다소 심드 렁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의외의 반응에 오히려 필자가 당황하여 다음 절차 안내를 잊어버릴 정도였다. K씨도 물론 기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나, 그렇 다고 해서 당장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도박으로 상당히 피폐해진 상태라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도박의세계, 돈을잃은 사람은있는데번사람은 없다? 사실 K씨도 처음에는 건실한 직업인이었다. 그러나 도박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에 어느새 중독이 되었 다. 필자는 지금까지 K처럼 돈을 벌기 위해 도박판에 뛰 어들었으나 결국 돈을 잃고 폐가망신했다는 사람은 많 이 보았지만, 반대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거의 본 적 이 없다. 분명 누군가 돈을 잃었으면, 반대로 돈을 버는 사 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소리는 왜 없는지 의문이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근저당권 설정을 위해 방문한 K씨가건네준압류및추심명령 결정문을살펴보니, 법원이이행권고결정을통해 압류및추심명령을내렸다는것을 알수있었다. K씨는하우스에서꽁지돈을빌렸고, 채권자가직접K씨와 도박을한 상대방에게돈을송금한터라그가 돈을빌렸다는직접적인증거는없었다. 필자는이행권고결정에대한 청구이의의소를제기하자고제안했다. 13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의뢰인 A씨가 도박장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그 궁금증 을 해소할 수 있었다. 선한 인상의 A씨는 외양상으로는 도박장에 드나들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평생을 도박하는 곳에서 돈을 빌려주며 생활해 오고 있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도박자금을 대여하는 것은 아니고, 도 박하는 사람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는 형태인 데, 근저당권 설정도 「이자제한법」 상의 이율을 준수하 여 겉으로는 위법을 피해왔기 때문에 특별한 분쟁을 겪 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필자도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근저당권 설정을 해 주었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잃었다는 사람만 있는 도박판에서는 대체 돈은 누가 따는 것이냐고 물어 본 것이다. 사실 필자가 이 질문을 한 취지는, 돈을 딴 그 시점에 도박을 그만두면, 번 돈으로 손을 털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지만, A씨의 대답은 간단했다. “도박에서 딴 돈을 모아 다른 일을 할 정도로 착실 한 사람은 처음부터 도박을 안 합니다.” 그렇다면, 도박판을 운영하는 속칭 ‘하우스장’이 돈을 버는 것인가? “아이고, 그럼 나도 하우스를 하나 열어볼까요?” 필자의 농담에 A씨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폭소를 터트렸다. “법무사님, 하우스에서 돈을 버니 하우스장이 부자 가 될 것 같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 세계 사람들은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 하우스장은 도박판에서 번 돈으로 경마장에 가서 다 날리거든요.” A씨의 말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처음부터 돈 을 모을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 도박이든 뭐든 사행성 있 는 일에 뛰어들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사행성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속, 그 ‘사 행심’이 문제였다. 그 마음이 있는 한, 도박이나 도박과 관련해 돈을 버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도박판에서 진정한 승자는 없는 것이다. 1년만에찾아와, 통장압류해제를위한취소신청 K씨의 소송이 승소로 마무리되고, 1년이 지났다. 매일 새로 수임한 사건들에 치여 살다 보니, 필자의 기억 속에 1년 전 그 사건은 저 아래로 묻혀 버린 지 오래였 다. 그러던 어느 날, K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직도 은행에서 자신의 통장 압류를 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 은행을 방문해서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하니, 아마도 K씨는 여전히 도박장을 벗어나지 못한 채 거기 서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내 가 뭘 어쩌랴 싶어 애프터 서비스 차원에서 압류·추심명 령 해제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복잡한 절차가 아니라면 법무사의 설명만 듣고도 당사자가 직접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K씨가 내 설 명을 듣고 직접 법원을 방문해 처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K씨는 호기롭게 “잘 알겠다”면서 전화를 끊었지만, 역시나 얼마 후 사무실을 찾아와 법원을 방문해도 도저 K씨가지금쯤은도박에서벗어나 정상적인생활을하고있는지 알수는없다. 확실한것은그세계에서 K씨가소송으로도박채권에서 벗어났다는소문이났을테니, 더이상은속칭 ‘꽁지돈’을빌려 도박을할수없을거란사실이다. 아마도K씨사건을계기로법으로는 ‘도박채권’ 문제를해결할수없다는 것을확실히알았을것이다. 14

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며 사건을 맡아달 라고 했다. 나는 압류·추심명령 해제 사건을 처리해 주기로 하 고, 그간 어찌 살았는지 K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 었는데, 그는 여전히 도박판에서 생활하며, 지난 소송의 원고를 종종 만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며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꽁지돈을 받지 못하니 도박하기가 불편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빌려준 돈을 재판을 통해서라 도 받으려 했으나, 그것이 여의치 않았으니 더 이상 돈을 빌려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K씨를 보내고, 지난 청구이의의소 판결문과 송달 증명, 확정증명을 발급받았다. 그리고 채무자, 제3채무자 각 1회분에 해당하는 송달료를 납부하고, ‘청구이의의소 확정에 따른 압류 및 추심 해제 및 취소신청’을 하였다. 그 내용에 청구이의의 소 판결문이 「민사집행법」 제49조제1호에 해당하는 서류라는 사실과 「민사집행 법」 제50조에 따라 집행을 취소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적었다. 이러한 취지를 기술한 것은, 법원 실무상 제출서류 에 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근거를 명백하게 밝혀 주 기를 원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록상 무슨 근거에 의해 어떠한 행위를 했다는 것 이 명백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고, 이는 업무처리에 있어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타 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류제출 며칠 후,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사건의 사 건 진행 내역을 검색해 보니 제3채무자들에게 “취소결 정 송달”이라는 표시가 뜨고, 송달일도 기록되어 있었 다. 이로써 K씨와 관련해 수임한 사건의 모든 절차가 종 료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도박채권보다벗어나기어려운도박 이후 필자는 K씨를 다시 본 적은 없었다. 그가 지 금쯤은 도박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도박판을 전전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그 세계에서 K가 소송으로 도박채권 에서 벗어났다는 소문이 났을 테니, 기존 도박장이든 다 른 도박장이든 더 이상은 속칭 꽁지돈을 빌려 도박을 할 수 없을 거란 사실이다. 아마도 K씨 사건을 계기로, 법으로는 ‘도박채권’ 문 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그 점은 법무사로서 보람을 느낄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K씨의 삶은 나아졌을까? 법무사가 법적 절차로 도박채권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도박에서 벗어나 사회로 복귀하는 것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다. 이제는 K씨가 도박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기를 바란다. 15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변화를넘어미래를향해 변화의시대, 미래를준비하는법제도적과제 윤병선 건국대학교 경제통상학과 교수 각국도생(各國圖生)의 시대, 우리밥상은 우리가지킨다 식량 위기의 극복과먹거리자급력 확보를위한 노력과법적 과제 3중위기시대를맞아세계는국가간각자도생(各自圖生)의시대로접어들고있는만큼, 우리의 밥상을 우리 스스로 챙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이 더 욱 절실하고, 「직거래법」의 제정이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의 개정 등을 통해서 확인 할수있듯이, 현실의변화를발빠르게파악하면서문제를해결하기위한법제화가중요하다. 16

3중(三重)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기후위기, 경제위 기, 식량위기가 그것이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서로 도우 며 살아가는 ‘지구촌 공동체’라는 말로 여러 나라와 민 족이 서로 연대와 협력으로 살아가는 조화로운 삶을 꿈 꿔왔지만, 현실은 이 꿈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화로운 지구 촌 공동체’라는 말 자체가 허상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는 것을, 최근의 3중 위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제 곡물시장은태생적으로 불안하다 근래에 접어들면서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세는 다 소 누그러졌지만, 위기상황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 기는 어렵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국제 곡물가격은 시장 자체의 수급 상황과 함께 달러화가 약세냐 혹은 강세냐 의 변수에도 영향을 받는데, 현재는 달러화의 강세가 이 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자급률 20.2%, 식량자급률 45.8%(2020년 기 준)인 농산물 수입대국 한국의 입장에서 달러화 기준의 국제 곡물가격이 다소 내려가더라도 환율상승에 따른 부담을 져야 하므로 국내의 밥상 물가는 계속해서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기후나 분쟁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은 별도로 하더 라도 국제 곡물시장은 안정적이지 않은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도시국가 등을 제외하고는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각 나라에서 생산 된 농산물은 자국민의 수요를 충당하는 데 우선 사용한 후에 남는 것을 수출로 돌린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커피나 카카오와 같은 기호식품의 원 료가 되는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생산량 중에서 수출 또 는 수입하는 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뿐만 아니라,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도 제한되어 있 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선진국=공업국, 후진국=농업국이라는 등 식이 성립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후진국 중에서 많은 양 의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들이 많다. 호주의 곡물자급률 은 186%, 캐나다 177%, 프랑스 168%, 독일 150%, 미국 121% 등 OECD 평균 자급률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2017~19년 평균). 밀을 가장많이 수출하는 5대 국가 중에 EU와 미국 의 이름이 올라 있으며, 옥수수와 사료 곡물 수출의 경우 에도미국이차지하는비중은 1/4에달한다. 이번식량위 기의도화선이되었던러시아와우크라이나두나라는선 진국은 아니지만, 밀 수출물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곡물 수출국이 소수의 국가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국지 적인 이상기후 현상이나 국지적인 분쟁에도 국제 곡물시 장이요동칠가능성이클수밖에없다는것을의미한다. 이런요인들이외에도국제곡물시장에불안요소를 더하는 것이 국제 곡물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이 소 수의 초국적 곡물 유통업체라는 사실이다. 곡물 메이저라 고도일컬어지는ADM, Bunge, Cargill, LDC등 4대업체 가 전체 물동량의 60%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보니, 투기 세력이시장에서발호하기좋은조건이라고할수있다. 이번의 식량위기 이전인 2007~08년에도 세계는 식량위기를 경험했는데, 당시 투기세력의 유입으로 곡 물가격이 배 가까이 추가 상승한 것으로 밝혀질 정도로, 투기세력이 수월하게 농간을 부릴 수 있는 곳이 국제 곡 물시장이기도 하다. 국제곡물시장에의존도높은한국, 자급률급격히하락 이처럼 불안한 국제 곡물시장에 우리가 필요로 하 법으로본세상 17 변화를넘어미래를향해

는 곡물의 4/5를 의존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2000년 29.7%, 2010년 27.6%였던 곡물자급률이최근급격하게하락하고있다는점이다. 그나마 쌀의 자급률이 90%를 넘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자급률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데, 쌀을 제외했을 경우 식량자급률은 10.2%, 곡물자급률은 3.2%에 불과 하다. 그런데 쌀마저 무너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 려되는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정책적인 실 천을 담보하기 위해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에 따라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여 운용하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기본법에 의거해 식량 및 주 요 식품의 자급률 목표치를 5년마다 설정·고시하고 있 는데, 2018년도에 설정한 2022년 곡물자급률 목표치는 27.3%였지만, 최근 곡물자급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법에서 규정한 자급률 목표치는 설정하되, 실질적 인 실천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에 지난 10년간 경작지가 10%나 사라 졌다. 특히 논은 15%가 사라졌고, 사라진 논의 2/3가 관 개시설을 확보한 수리답이다. 막대한 토건 예산을 들여 서 만들어 놓은 수리답의 12%가 사라졌다. 이런 이유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의 개 정을 통해 보다 강력한 정책의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 도 높고, 지난 1년간 산지의 쌀값이 25% 이상 폭락한 사 태와 관련해서도 「양곡관리법」이 보다 철저하게 운용되 도록 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정책 운용의 탄력성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먹거리 자급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 민을 더욱 깊게 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이다. 식량위기가 가져온 성찰, 소농·가족농이먹거리를지킨다 그런 점에서 2007~08년의 식량위기는 농업과 먹 거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 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값싼 먹거리 시 대의 종언(the end of cheap food era)’이라는 이야기가 18

나오게 되었고, 그동안 관심밖에 있었던 농민, 소농, 가 족농이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먹거리를 지킨다는 각성 이 일어났다. 농산물의 자유무역을 지지한 응원군이었던 FAO(세계식량농업기구)는 2007~08년의 식량위기를 계 기로 2014년을 “가족농의 해”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그 간 FAO가 견지해 왔던 관점과는 결이 다른 전환이었다. FAO는 “지구에 있는 농장들 가운데 90% 이상이 개인이나 가족의 노동에 주로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이 전체 경지의 70~80%를 경작하면서 먹거리의 80%를 생산한다”면서, “가족농이 세계를 먹여 살리고, 지구를 보살핀다”고 천명하였다. 스스로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거대기업이 주도하 는 농업, 소규모 농가를 위협하는 자유무역으로는 농업 과 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 정한 것이고, 농민이 주도하는 농업을 통해서 자급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FAO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9~28년까지 10년 을 “가족농의 해 10년”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소규모 가 족농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계속 이어갔다. ‘로컬푸드’ 운동, 지역생산먹거리는지역에서소화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2007~08년의 세계적 식 량위기를 계기로 ‘해외자원개발’ 방식의 정책과제 등장 과 함께, 보다 의미있는 ‘로컬푸드(local food, 지역먹거 리)’ 운동, 즉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더 많이 지역에 서 소비하고자 하는 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로컬푸드 운동이 전개되기 전에 ‘신토불이(身土不 二) 운동’이 있기는 했지만, 단순히 국내 농산물 애용 에 그친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로컬푸드 운동 은 단순히 지역산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운동이 아니라, 2007~08년의 식량위기를 통해서 드러난 세계화된 먹거 리(글로벌 푸드, global food) 체계에 대처하는 대안적 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우리 농업은 일부 규모화가 진행되어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력에 주로 의존해 생산되는 경우도 있 지만, 전체 농가의 70% 이상이 1ha 미만의 소규모 농가 일 뿐 아니라 1년간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1천만 원 미만 인 농가도 70% 가까이 되어 지역 내 또는 인근 지역 농 민과 소비자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강화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매개할 수 있다 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기반으로 단순한 애국심에 호소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지역에 사 회적·경제적·생태적으로 좋은 순환 관계를 만들어 내자 는 의미를 담은 로컬푸드 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었고, 전국의 여러 지역에 지자체에 의해, 혹은 영농조합이나 협동조합이라는 법인격을 가지고 로컬푸드 직매장들이 출점할 수 있었다. 지난 10여년간로컬푸드운동은비약적으로성장했 다. 전체농가중에서소비자직거래에참여하는농가의비 율은 2010년 19%에서 2020년에는 29%를넘어섰다. 한국 2007년식량위기로지역에서생산한먹거리를 지역에서소비하자는로컬푸드운동이일어났다. 이후한국의로컬푸드운동은 비약적으로성장했다. 이제는로컬푸드운동에서한단계진화해 먹거리를매개로지역내다양한사회적, 경제적, 생태환경적문제들을통합적으로 해결하고자하는흐름이 ‘푸드플랜(지역먹거리계획)’이라는 틀속에서모색되고있다. 법으로본세상 19 변화를넘어미래를향해

최근여러광역·기초지자체에서 「공공급식지원조례」나 「먹거리기본조례」를만들고, 이를바탕으로위원회를구성하여 푸드플랜을위한민관협치(거버넌스)가 이루어지고있다. 이러한흐름을지지하는 「농업·농촌및식품산업기본법」이 2021년 12월개정되어취약계층에대한 먹거리지원과지역푸드플랜의수립· 시행에대한지원, 먹거리통합지원센터 설치를위한법적근거도마련되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운영하는로컬푸드정보사이트 ‘바로정보’(www.baroinfo.com)에따르면, 2012년 2개소에 불과했던로컬푸드직매장이현재는 330여개에이른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늦게 시작한 로컬푸드운동이 이처럼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쌓아 온 다양한 먹거리 운동, 즉 친환경 농업(유기농) 운동이 나 소비자생활협동조합운동, 학교 급식 운동의 경험들 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생산 농민과 소비자들의 연대 활동이 활발하게 작동한 결과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2015년에 제정된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약칭 「농산물직거래법」)이다. 지역농산물 이용촉진과 농산물의 직거래 활성화 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및 농가 의 소득증대와 소비자의 이익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률이 제정된 덕에 ▵직거래에 참여 하는 농민에 대한 지원, ▵우수 직거래 사업장에 대한 지원,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 는 체계의 확립 등 로컬푸드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중 요한 기반들을 만들 수 있었다. 푸드플랜, 로컬푸드에서 ‘통합적 먹거리정책’으로 진화중 한편, 로컬푸드 운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먹거리 를매개로지역내다양한사회적, 경제적, 생태환경적문 제들을통합적으로해결하고자하는흐름이세계여러지 역에서 만들어졌다. 로컬푸드 운동에서 새로운 진화가 한 국뿐만아니라, 전세계여러지역에서이루어진것이다. 2008년경을 지나면서 세계적으로 도시인구가 농 촌인구를 추월하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도시지역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통합적 먹거리 정책 20

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들이 모여 2015년에는 밀라노에서 세계 100개 이상의 도시(한국 에서도 서울, 대구, 순천이 참여)가 참여하여 도시 먹거 리 정책의 틀을 논의하게 되었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밀라노 도시 먹거리 정책협약’ 이 만들어졌고, 많은 도시가 농업과 먹거리의 선순환체 계 구축을 통한 먹거리 위기 대응을 모색하게 되었다. 지역 단위뿐만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 먹거리의 안 정적인 생산과 연계한 지역 활성화, 먹거리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지속 가능한 식생활, 음식물 낭비의 감축 등 지역 내에서 농 업과 먹거리 사이의 연계 고리를 강화하는 통합적인 고 민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푸드플랜(지역먹거리 계획)’이라는 이 름으로 진행되었는데, 2018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푸 드플랜 수립을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이에 대한 지원이 있기 전에 서울시, 전주시, 옥천군, 화성시 등이 자체 수립을 한 이후에 현 재까지 모두 18개의 광역지자체에서 푸드플랜을 수립하 였고, 119개의 기초지자체가 푸드플랜을 수립하였다. 푸드플랜에 담긴 내용은 1ha 미만의 소규모 농가 의 경우에는 외부 유통을 고민하기에 앞서서 지역 내 유 통을 확보하고, 지역 내 유통은 학교급식, 공공급식, 로 컬푸드 직매장, 지역 내 음식점을 중심으로 통로를 마련 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는 소규모 농가가 자 긍심을 갖고 판매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소 비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공간(체계)을 통해서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얻을 수 있다. 지역의 학생들에게 지역의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 물을 급식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식농(食農) 교육의 좋은 소재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지역과 사람과 생명, 순환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한국의여러지역에서푸드플랜속에학교 급식, 공공급식, 로컬푸드직매장등을통합적으로관리하 고, 지역의 먹거리 취약계층을 위한 현물제공 등을 수행 하는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설치하는사례가늘고있다.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해서 지역이 필요로 하 는 농산물을 지역에서 조달하기 위한 기획생산이나 계 약생산 등을 확대해서 지역 내 먹거리 자급력을 높여가 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에서 「공공급식지원조례」나 「먹거리 기본조례」를 만들 고,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민관협치(거버넌 스)의 공간을 만들어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을 지지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 2021년 12월 개정되어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 리 지원과 지역 푸드플랜의 수립·시행에 대한 지원, 먹거 리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 다는 점도 의미 있는 일이다. 3중위기시대, 우리밥상지키는 발빠른법제화중요해 3중 위기 시대를 맞아 세계는 국가 간 각자도생(各自 圖生)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이러한 탈세계화의 흐 름에맞춰준비해야한다는주장이힘을얻고있다. 이럴때, 우리의밥상을우리스스로챙기는일이무엇보다중요하다. 농민과 소비자의 힘만으로 밥상을 챙기는 것은 불 가능하니만큼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이 더 욱 절실하다. 「직거래법」의 제정이나 「농업·농촌 및 식 품산업기본법」의 개정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실의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화가 중요하다. 물이 흘러가면서 빈 곳과 필요한 곳을 채우듯, 부 족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채우면서 흘러야 하는 것이 법(法)이기 때문이다. 법으로본세상 21 변화를넘어미래를향해

실종성인도 ‘신고즉시수색’ 할수있어야한다 「실종성인의소재발견및지원에관한법률」 제정안의주요내용과입법과제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교수 · 범죄학박사 성인실종사건현황과 「실종성인법」 제정안발의 지난 6월, 동창생을 감금해 폭행 살해한 ‘마포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을 비롯해 최근 실종성인에 대 한 사건·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성인 실 종사건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경찰의 강제 소재 파악 등 초동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세 미만 아동이나 지적·자폐장애인, 치매노인 등은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 라 즉시 경찰의 위치추적 및 수색·수사가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성인은 실종신고를 하더라도 가출인으로 분 류되어, 경찰의 위치추적 및 수색·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현장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실 종 이후 생사를 알 수 없는 성인 실종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11.25. 경찰이 실종 신고된 성인을 즉 시 수색·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실종성인의 소재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실종성인법」) 제정안(의안번 호 제2113541호)이 이명수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가출인(보호자로부 터 이탈된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실종신고 접수 건수 는 총 66,259건으로, 이 중 931명은 찾지 못했다. 반면, 같은 해 접수된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 접수 건수는 총 21,379건으로, 이 중 79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 다. 실종성인에 대한 신고 접수 건수가 아동에 비해 약 3 배가 많고, 미발견 사례도 약 12배가량 많은 것이다. 이처럼 성인 가출 접수 건수와 미발견 건수가 상당 함에 따라 이번에 발의된 제정안에서는 실종성인의 정 의를 명확히 하고, 성인 실종사건에 대한 신속한 신고와 발견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실종성인 발생신고 접수 시 지체 없는 수색·수사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등의 규정 22 주목! 이법률

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에 의뢰하여 행방을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 불법행위가 이루어지 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많은 국가에서는 실종사건의 경우 나이 제한보다는 사건의 강도에 따라 구별하여 즉 시 대응하는 시스템, 즉 실종자 찾기 관련 예산의 지원 및 민·관으로 구성된 「실종자 전문 접수센터」를 운영하 는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도 실종성인에 대한 신속 대응을 강화하고, 현실에 맞는 법률 규정의 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나. “가출인”과구분되는 “실종성인” 용어의정의(제2조) 제2조(정의) 1. “실종성인”이란 소재(所在) 또는 생사(生死)를 알지 못하 고 심신미약 등 비자발적인 원인에 의하여 귀가(歸家)하지 못하는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실종 당시 18세 이상인 사람(「장애인복지법」 제2조의 장애인 중 지적 장애인, 자폐성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과 「치매관리법」 제 2조제2호의치매환자는제외한다)을말한다. 경찰은 18세 이상 성인이 실종된 경우 “가출인”이 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경찰청 내규인 「가출인 및 실종아동 등 업무처리 규칙」에 따라 성인실종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출인”이란 스스로 집을 나간 경우를 의미한다. 회사에 출근하여 집으로 귀가하던 성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행방불명되었음에도 지금까지 경찰은 실종성인이 스스로 집에 귀가할 것으로 보고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이 “가출인”이란 용어의 사용으로 인해 매년 평 균 900명 이상의 실종성인이 행방불명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제정법안에서는 “실종성인”이라는 용어의 정 의에 ‘비자발적 원인으로 귀가하지 못한다’는 의미를 을 마련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번 제정안의 주요 내용과 입법과제 를 살펴보고, 제정안의 조속한 입법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실종성인법」 제정안의주요내용과입법과제 가. 실종성인소재확인을위한법적근거의마련(제1조) 제1조(목적) 이 법은 실종성인에 대한 신속한 신고 및 발견 체계를마련함으로써실종성인의조속한발견과복귀를도 모함을목적으로한다. 현재 실종자의 대부분이 18세 이상의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 률」은 실종성인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아 법률 공백 상태에 있다. 이에 이번 제정법안에서는 제1조 목적 규 정에서 실종성인에 대한 신속한 신고 및 발견체계 마련 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실종성인에 대한 소재 확 인 및 수색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아동이든 성인이든 실종사건은 우리의 가족 누군 가가 이유 없이 행방불명 되는 사건이지만, 현재 성인에 대해서는 그 소재(所在)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실종신고 를 해도 경찰은 이를 ‘가출인’으로 분류·접수해 실종 당 시 범죄 관련 여부의 확인 등 미온적인 대처만 할 뿐, 즉 각적인 수색·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실종 자 관련 조사나 목격자 확인, 유류물 수집 등의 초동 조 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사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색이나 수사를 한 다고 해도, 실종성인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 황에서는 실종아동에 비해 체계적인 수사와 적시 대응 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종성인의 가족들은 소위 흥 주목! 이법률 23 법으로본세상

적시하여 “가출인”이라는 용어와의 차이를 분명히 하 였다. 다. 실종성인의조속한발견을위한경찰청장의책무(제3조) 제3조(경찰청장의 책무) 경찰청장은 실종성인의 조속한 발견과 복귀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시행하여야 한다. 1. 실종성인관련정책수립및시행 2. 실종성인에대한신고체계의구축및운영 3. 실종성인발견을위한수색 4. 제10조에따른유전자검사대상물의채취 5. 민간기관·단체등과의협력체계구축및지원 6. 그밖에실종성인발견을위하여필요한사항 경찰청장의 책무에 대해 규정한 제3조에서는 실종 성인 발견을 위한 경찰의 ‘프로파일링 시스템 구축’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전국 경찰이 실종성인 사건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고 즉각적인 대처 를 통해 신속하게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장기실종사건의 경우 「실종아동법」은 18세 미만, 지적·자폐아동, 치매노인 등에 대해 유전자를 채취 및 대조를 통해 실종아동 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였으 나, 실종성인의 경우에는 유전자검사대상물의 채취 규 정이 없어서 매년 경찰에 발견되는 수많은 변사자들과 의 유전자 대조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미제로 대부분 남아있다. 이러한 점에서 제3조에서 성인실종사건의 경우에 도 유전자검사대상물의 채취 규정을 마련하여, 보호시 설 입소자나 실종성인을 찾고자 하는 가족으로부터 유 전자검사 대상물을 채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다행한 일 이다. 이 밖에도 경찰청장의 민간기관·단체 등과의 협력 체계 구축 및 지원 규정은 실종성인 발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라. 실종신고즉시수색여부의결정등(제6조, 8조) 제6조(수색의 실시 등) ① 경찰관서의 장은 실종성인의 발 생신고(…)를접수하면지체없이수색또는수사의실시여 부를결정하여야한다. ② 경찰관서의 장은 실종성인(…)의 조속한 발견을 위해 실 종성인의 위치 확인에 필요한 … 개인위치정보, … 통신사 실확인자료…의제공을요청할수있다. … 실종사건에서 나이 제한에 따라 수사 여부가 결 정되는 현행법은 실종성인의 경우는 찾지 않겠다는 것 과 다르지 않다. 장기미제 실종사건 중에서 가출의 경 우는 전체 실종 100건 중 한두 건에 불과하고 99%는 범죄혐의가 있는 실종사건이다. 하지만 실종성인 관련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경찰은 가출이 아닌 나머지 99 명의 실종사건도 가출로 간주하고 있다.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피해 자가 숨진 채로 발견되기 전, 가족들이 두 차례에 걸쳐 실종신고를 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수사할 법적 근 거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피해자를 ‘실종자’가 아닌 ‘가출인’으로 등록했다. 이런 법적 공백 상태에서 해마 다 성인 실종사건이 증가하고, 성인 실종사건의 피의자 들은 수사망을 피해 보란 듯이 범죄행위를 이어 가고 있다. 경찰청 공식자료에 따르면 2019년 실종 신고된 성인은 총 75,432명으로 이 가운데 1,436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015~2019년 5년 사이 찾지 못한 성 인 가출인은 3,743명이다. 돌아오지 못한 가출인 중 다 수가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제정안 제6조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실종성인 발생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수색 또는 수사의 실시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필요한 경우 위 치정보사업자 등에게 실종성인의 개인위치정보 등을 요청해야 하며, 위치정보사업자 등은 정당한 사유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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