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1월호

답변서를 보니 피고 측 법무사의 괴로운 마음이 느 껴졌다. 피고가 대여한 돈이 ‘도박채권’이라는 점을 피해 애써 항변했으나, 근본적으로 ‘도박채권’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필자는 다시 K씨의 위임을 받아 준비서면을 작성 했다. 차용증도 없고, 원고에게 직접 입금한 적도 없는 데,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입금한 기록으로 ‘대여 금’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여금’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것은 ‘도박채권’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그 근 거로서 도박장의 금전대여 방식에 대해 소상하게 밝혀 놓았다.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얼마 후 변론기일이 되었다. K씨가 참석한 법정에서 재판부는 피고에게 대여금의 송 금경위, 즉 차용증도 없이 3,000만 원이라는 큰돈을 송 금한 경위와 원고에게 직접 송금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도박채권’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K씨의 전언에 따르면, 피고는 재판부의 요구에 구 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고, 변론은 그 1회로 종결되었 다. 얼마 후 판결문이 도착했는데, 역시나 결과는 원고 승소! 필자는 이행권고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는 주문보다는 재판부의 판결 이유가 더 궁금해 재빨리 판결 이유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의 ‘도박채권’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명백하게 다투지 아니하므로 「민사소송법」 상 ‘도박채권’으로 본다”는 취지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며, 피고의 대여금이 명백하게 ‘도박채권’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항소 가능성이나 형사처벌 문제, 피고가 고령의 노파인 점을 고려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어떻든 승소는 기쁜 일. K씨에게 연락해 승소 사실 을 알렸는데, “네, 그렇군요. 알았습니다.”라며 다소 심드 렁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의외의 반응에 오히려 필자가 당황하여 다음 절차 안내를 잊어버릴 정도였다. K씨도 물론 기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나, 그렇 다고 해서 당장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도박으로 상당히 피폐해진 상태라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도박의세계, 돈을잃은 사람은있는데번사람은 없다? 사실 K씨도 처음에는 건실한 직업인이었다. 그러나 도박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에 어느새 중독이 되었 다. 필자는 지금까지 K처럼 돈을 벌기 위해 도박판에 뛰 어들었으나 결국 돈을 잃고 폐가망신했다는 사람은 많 이 보았지만, 반대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거의 본 적 이 없다. 분명 누군가 돈을 잃었으면, 반대로 돈을 버는 사 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소리는 왜 없는지 의문이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근저당권 설정을 위해 방문한 K씨가건네준압류및추심명령 결정문을살펴보니, 법원이이행권고결정을통해 압류및추심명령을내렸다는것을 알수있었다. K씨는하우스에서꽁지돈을빌렸고, 채권자가직접K씨와 도박을한 상대방에게돈을송금한터라그가 돈을빌렸다는직접적인증거는없었다. 필자는이행권고결정에대한 청구이의의소를제기하자고제안했다. 13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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