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1월호

의뢰인 A씨가 도박장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그 궁금증 을 해소할 수 있었다. 선한 인상의 A씨는 외양상으로는 도박장에 드나들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평생을 도박하는 곳에서 돈을 빌려주며 생활해 오고 있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도박자금을 대여하는 것은 아니고, 도 박하는 사람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는 형태인 데, 근저당권 설정도 「이자제한법」 상의 이율을 준수하 여 겉으로는 위법을 피해왔기 때문에 특별한 분쟁을 겪 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필자도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근저당권 설정을 해 주었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잃었다는 사람만 있는 도박판에서는 대체 돈은 누가 따는 것이냐고 물어 본 것이다. 사실 필자가 이 질문을 한 취지는, 돈을 딴 그 시점에 도박을 그만두면, 번 돈으로 손을 털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지만, A씨의 대답은 간단했다. “도박에서 딴 돈을 모아 다른 일을 할 정도로 착실 한 사람은 처음부터 도박을 안 합니다.” 그렇다면, 도박판을 운영하는 속칭 ‘하우스장’이 돈을 버는 것인가? “아이고, 그럼 나도 하우스를 하나 열어볼까요?” 필자의 농담에 A씨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폭소를 터트렸다. “법무사님, 하우스에서 돈을 버니 하우스장이 부자 가 될 것 같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 세계 사람들은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 하우스장은 도박판에서 번 돈으로 경마장에 가서 다 날리거든요.” A씨의 말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처음부터 돈 을 모을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 도박이든 뭐든 사행성 있 는 일에 뛰어들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사행성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속, 그 ‘사 행심’이 문제였다. 그 마음이 있는 한, 도박이나 도박과 관련해 돈을 버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도박판에서 진정한 승자는 없는 것이다. 1년만에찾아와, 통장압류해제를위한취소신청 K씨의 소송이 승소로 마무리되고, 1년이 지났다. 매일 새로 수임한 사건들에 치여 살다 보니, 필자의 기억 속에 1년 전 그 사건은 저 아래로 묻혀 버린 지 오래였 다. 그러던 어느 날, K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직도 은행에서 자신의 통장 압류를 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 은행을 방문해서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하니, 아마도 K씨는 여전히 도박장을 벗어나지 못한 채 거기 서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내 가 뭘 어쩌랴 싶어 애프터 서비스 차원에서 압류·추심명 령 해제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복잡한 절차가 아니라면 법무사의 설명만 듣고도 당사자가 직접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K씨가 내 설 명을 듣고 직접 법원을 방문해 처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K씨는 호기롭게 “잘 알겠다”면서 전화를 끊었지만, 역시나 얼마 후 사무실을 찾아와 법원을 방문해도 도저 K씨가지금쯤은도박에서벗어나 정상적인생활을하고있는지 알수는없다. 확실한것은그세계에서 K씨가소송으로도박채권에서 벗어났다는소문이났을테니, 더이상은속칭 ‘꽁지돈’을빌려 도박을할수없을거란사실이다. 아마도K씨사건을계기로법으로는 ‘도박채권’ 문제를해결할수없다는 것을확실히알았을것이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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