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2월호

도 매매대금을 지급한 증거는 제출하는 것이 당연한 것 입니다.” 단호한 필자의 말에 고 할머니는 잠시 주춤하더니, “영수증은 없고 금융자료를 한 번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기다리던 할머니의 전화가 왔다. 다른 자 료는 없고, 필자에게 이미 준 자료가 전부라는 것이다. 몹시 당황스러웠다. 필자에게는 할머니가 피고에게 직접 입금한 자료는 없고, 잔금일에 “금 20,000,000원”이 다 른 회사로 송금된 자료만 있었다. 할머니 말로는 토지매매를 소개한 이가 그전부터 잘 알던 사람이라 그가 송금하라는 대로 송금했을 뿐이 고, 나머지 1,400만 원도 전부 그런 식으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피고에게 전액 송금한 증거는 없다는 것이었다. 상황이 심각해졌다. 할머니의 소유권이전등기 여부 에만 신경을 쓰느라, 매매대금은 당연히 전부지급되어 영 수증 등의 증거가 있을 거라고 간과한 것이 실수였다. 필 자는 할머니에게 “승소하려면 피고 통장으로 얼마라도 입금한증거가꼭필요하니찾아보시라”고단단히일렀다. 있었던 일 그대로 기술한보정서, 결국승소 일주일가량이 흘러 할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중간 에 소개한 사람을 수소문해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백방 으로 노력했으나 만날 수가 없고, 주위 사람들에게 증언 서라도 받으려고 했지만 그 역시 불가능해 지금으로선 달리 추가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을 어떻게 만들 수도 없고, 10년 전 일을 정확히 기억할 수도 없고…, 법무사님이 어 떻게든 해주세요.” 무슨 일이든 의뢰인 말만 믿고 방심했다가는 큰 사 고가 날 수 있다는 걸 절감했다. 지금으로선 서증 대신 보정서를 작성해 제출해보는 수밖에 없었지만, 피고에게 직접 입금한 증거가 없으니 난감할 뿐이었다. 고민 끝에 보정서의 내용을 길게 쓸 것 없이 있었 던 일 그대로 담백하고 솔직하게 작성하는 것이 최선이 라는 판단이 들었다. “원고는 피고가 입금하라는 방식대 로 전부 입금했고, 그래서 잔금일에 다른 회사 통장으로 2,000만 원이 입금된 것이며, 나머지 금액도 전부 동일 한 방식으로 입금했다”는 취지를 적고, 통장 사본을 첨 부하여 제출하였다. 얼마 후 변론기일이 열렸다. 출석했던 할머니의 말 을 들으니 판사가 아무 말 없이 출석만 확인하고는 끝났 다며 돌아가라고 했단다. 이 말을 들으니 더 난감해졌다. 재판부의 의중을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피고에게 직접 입금한 증거가 없으니 잔금 미지급 을 이유로 패소판결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필자도 내심 패소판결이 날까 걱정되었다. 증거가 없어 패소한 것이니 필자의 책임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유 불문하고 패소판결이 나온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판결선고기일 후 판결문이 송달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송달문서를 확인하려니 무 척 긴장되었다. 다행히 원고 승소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났다. 판결 이유에는 “공시송달에 의 기획부동산이위험한것은, 법의허점을이용해사기와투자 사이를교묘하게오가며 사건을벌이기때문에사기죄로 처벌하기가쉽지않다는것이다. 그래서피해자들도사기피해자냐, 투자자냐의사이에서 줄타기를할수밖에없고, 결국당한사람만억울하게되는 경우가다반사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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