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받자마자 의기투합하여 일찍이 스터디를 결성하며 일제히 똑같은 독서실을 끊어 결의를 다졌으며,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지하 스터디실에 모였으며, 앞서 동갑 200 과 150은 새벽부터 출석 체크 후 독서실 문을 열자마자 책상에 불을 켜고 책을 편다. 스터디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다음 ‘식후 바로 앉지 말고 20분을 걸어야 한다’는 법무사 수험계의 오랜 불문율에 따라 기왕이면 당구장 에서 우리는 걷기로 하였던 것이다. 연장자인 250은 패하면 게임값을 매번 모두 지불 하려고 해서 도리가 뭔지 아는 나로서는 오성체육시리 즈 53 『탄탄한 기초를 위한 스리쿠션 당구 입문서』를 사 보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부등일접호”, “원등인필대공주”, “집판가취”를 중 얼거리며 200의 책상 옆을 지나갈 때면 책상 위에 공부 하다가 지쳐 엎드러져 있는 저 장면을 처자식이 본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불을 꺼주러 가까이 가보면 유튜 브 동영상이 리플레이 중이다. ‘세리로 득점하는 법’. 법무사업무와닮았다 “내가 죽기 전에 마세를 칠 수 있을까요?” 사무실을 마치고 동네 당구장 몇 군데를 돌아다니 며 현 프로 당구선수가 운영하는 당구장을 발견하고 유 리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던진 질문을 시작으로 6개월 째 나는 당구를 치고 있다. 저녁식사 후 1시간 30분을 소화도 할 겸이라는 명분으로 당구장에서 보내려고 노 력한다. 루틴으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내가 당구를 쳐야 할 수십 가지 이유를 만들었고, 큐대를 매일 고르는 시간과 수고를 아끼기 위하여 큐대를 구입하기에 이르렀으며, 명품 초크를 내게 선물로 건네는 한 사무원의 감동 어린 응원을 받는다. “법무사님, 일 안 하는 건 용서해도 당구를 게을리 하는 것은 용서 못 합니다.” 국제경기 규격인 대대에서 스트록과 두께 겨냥, 회 전 주는 법, 파이브&하프시스템을 한 달 정도 배우며, 알고 치는 당구와 모르고 치는 당구는 흡사 법무사 수 험공부나 법원 경력이 있고 법무사에서 일하는 것과 수 험공부나 법원 경험 없이 법무사에서 일하는 것과의 차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제껏 내가 알았던 재미와 전율은 아무것도 아니 었다. 나는 주어진 짧은 35초 내 꼼꼼히 초크 칠을 하고 입사각과 반사각 때로 키스를 피하려고 분리각을 계산하 고, 당점과 두께를 조절 후 부드럽게 혹은 빠르게 밀어치 기나 끌어치기나 끊어치기로 스트록하며 임팩트 순간 그 립한 큐대를 살짝 쥔다. 큐볼 뒤 2적구가 가까워 브릿지 가붕괴되며두께가살짝빗나가지만조단으로득점한다. “(당구는) 두께가 끝이야.” 한 달간 프로 선생님으 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문장이다. 나는 당구가 가진 정확성과 실패에서 오는 좌절과 후회, 다짐으로 뻗는 스트록이 득점으로 이어졌을 때의 성취감과 짧은 순간 필요한 집중, 빠른 결단, 외로움의 여정, 책임, 인내, 적당한 승부욕, 매너, 멘탈, 억제, 효율, 컨트롤이 한 큐마다 반복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내 가 끊임없이 처리하는 법무사업무와 많이 닮았다는 것 을 깨달았다. 가수 유엔의 멤버 김정훈이 몇 해 전 인터뷰 기사 에서 당구의 매력 중 하나로 “득점을 하지 않아도 비슷 하게만 공이 가도 만족되는 점”이라고 한 말에 동의한 다. 또, 당구는 땀을 흘리는 동적인 스포츠와 달리 사색 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많이 걸을 수 있고, 속상하고 슬픈 날도 몸의 루틴으로 스트록이 가능해서 고도의 집 중을 유지해야 하는 법무사에게 현실적으로 적합한, 정 적인 스포츠라고 말할 수 있다. 당구장 문을 열고 들어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당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몸 회전이 주는 웃음꽃과 사교성, 공이 맞았다 안 맞았다로 다큰어른들이싸우고, 빨리치라고면박을주고, 상대의 득점을대놓고재수라며농담이허용되는이곳의, 바깥세 상과 다른 온도 때문이다. 당구 수지라는 마일리지가 쌓 여가는거는덤. 그래서나는오늘도당구장에간다. 79 문화路, 쉼표 슬기로운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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