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2월호

2080 사로잡을 수 있었다. 곡을 여는 맑은 차임벨 연주는 다수가 고 전 캐럴로 학습한 크리스마스의 정형화된 이미 지, ‘고요하고 거룩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뒤이 어 더 큰 종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머라이어 캐 리의 보컬은 가스펠풍이라서 듣는 이들에게 성 당이나 교회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안긴다. 반주 없이 부르는 부분이 끝나면 곡은 피 아노 연주를 앞세워 빠른 템포로 전환된다. 이 부분은 마치 사슴이 산타클로스가 탄 썰매를 기운차게 끄는 모습을 소리로 표현한 것처럼 경 쾌하다. 경건하게 시작한 곡은 약 1분 만에 자연 스럽게 댄스음악으로 변모한다. 슈퍼스타의이례적인캐럴발표, 외려대성공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노래는 1960년대 걸 그룹들의 R&B 느낌을 낸다. 리드 보컬이 있고, 화음을 맞춘 코러스가 연이어 흐른다. 이를 부 각하고자 가정용 카메라로 찍은 공식 뮤직비디 오 외에 1960년대 텔레비전 방송을 보는 것 같 은 흑백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이 영상에서 머라이어 캐리는 그 시절의 복장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그녀 주변에서는 백업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고고 댄서들이 춤을 춘다. 이 뮤직비디오는 1960년대에 큰 인 기를 끌었던 걸그룹 ‘로네츠(The Ronettes)’를 향한 오마주였다. 머라이어 캐리는 1990년에 발매한 데 뷔 앨범 중 「Love Takes Time」으로 인연 을 맺은 프로듀서 월터 아파나시에프(Walter Afanasieff)와 함께 이 곡을 만들었다. 수년간 호흡을 맞춘 사이이니 곡 작업은 일사천리였다. 작사·작곡에 들인 시간은 단 15분에 불과했다. music 고혈을 짜서 완성한 노래도 주목받지 못하 는 경우가 허다한데, 사반세기 넘게 세계인의 사 랑을 듬뿍 받는 명곡이 이토록 쉽게 나왔다니 괜히억울함을느끼는뮤지션도있을듯하다. 사실 머라이어 캐리는 캐럴 음반을 내는 일이 영 내키지 않았다. 경력이 시들해진 가수 가 캐럴 음반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 이다. 당시 머라이어 캐리는 데뷔 싱글 「Vision of Love」를 비롯해 「Emotions」, 「Dreamlover」, 「Hero」 등 다수의 노래가 빌보드 1위 자리에 올 라 연일 상한가를 경신했다. 이런 슈퍼스타가 전성기에 캐럴 음반을 선 보이는 것은 분명히 이례적이었다. 결과는 걱정과 전혀 달랐다. 보통 창작 캐 럴은 발매한 순간에는 히트하더라도 이내 잊히 곤 한다. 성탄절을 앞둔 시기에는 18세기에서 19세기, 혹은 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만들 어진 캐럴들이 곳곳에 흐른다. 하지만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1994년부터 저 고전들 틈에 매번 들어 갔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 1천만 장을 돌파한 기 록이 이 노래의 위용을 설명한다. 캐럴계의 ‘뉴 클래식’이 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앞으로도 매년 12월이면 단골처럼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세대유전 2080 명곡 슬기로운문화생활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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